시간의 소중함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다.
내 시간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쓸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다. 아이가 어린 시절에는 생리적인 현상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어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나만 찾는 통에 숨이 막혔다. 그렇게 차고 넘치던 내 시간이 순식간에 제로로 수렴했다. 아이가 잠들면 저녁에라도 내 시간을 가져야지, 멍하니 가만히라도 있고 싶어, 생각하지만 아이를 재우다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는 게 일상이었다.
주말에 악착같이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본다
아이가 주말에도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봤다. 문화센터가 제일 만만했다. 아이가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내게 자유시간이 생기니까! 그 시간에 남편이랑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혼자 멍 때리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분리 수업을 힘들어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이런 수업에 적응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벽시간을 활용하면 어떨까?
주말에는 아이가 수업을 가든, 아빠랑 잘 놀든, 내 주변에서 깨어 있으면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는 시간을 활용하면 어떨까? 아이가 잠들 때 무조건 같이 자고, 새벽엔 4-5시 사이에 일어나면 뭐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시간을 활용해서 책 보고, 글 쓰고, 일기도 쓰고, 운동도 하고! 이 시간만큼은 내 맘대로 쓸 수 있지만 가끔씩 아이가 자다 깬 얼굴로 짜증을 내며 내 서재로 들어오기도 한다.
육아로 인해 시간의 소중함을 알았다
육아는 힘들다. 하지만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다. 무엇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 좋다. 20-30대에는 시간이 남아돈다고 펑펑 써댔는데 이제 1분, 1초가 아까워서 TV도 안 보고, 유튜브도 안 본다. SNS도 거의 안 하고 시간이 생기면 오로지 책 읽기와 글쓰기에만 몰두한다.
육아는 성장이고 치유다
세상에 육아처럼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또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육아가 꼭 내 맘대로 돼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삶의 유연성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 엄마나 아빠한테 듣고 싶었던 말이나 행동을 내 아이에게 맘껏 해줄 때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고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육아는 고되고 힘들지만 성장과 치유라는 보상도 함께 따라온다. 힘든 감정에 가려 성장과 치유가 보이지 않으려고 할 때쯤 남편이 나에게 자유시간을 주기도 한다. 어제가 바로 그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단 둘이 캠핑을 갔다. 오늘 아침에 돌아오지만 휴일 오후에 혼자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별로 한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마냥 좋았다. 배고픔도, 졸림도 잊은 채 3시간 넘게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평생을 이렇게 살고 싶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