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얼마 전 중환자실에서 요양원으로 옮기신 아빠를 만나고 왔다. 요양원도 VIP실이 있어 거기에 있으면 자유롭게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더니 8시 반쯤 병실에 도착했다. 매일 한 번씩은 아빠를 보러 왔던 엄마는 능수능란하게 아빠의 건조해진 입 안을 거즈로 닦고, 물도 한 두 방울 정도 입 안으로 넣어 드린다. 나는 여전히 병실에 누워 꼼짝도 못 하게 된 아빠를 마주하는 것이 낯설지만 그래도 애써 웃음을 지어본다.
“아빠, 나 왔어요! 나 누군지 알겠어요?”
“응......”
이제 말을 하는 것도 힘든 아빠는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뜨고 나를 힘겹게 쳐다본다. 아빠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는 게 맞을까? 아빠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다리도 주물러본다. 우리 아빠 살이 많이 빠졌네. 손은 부어있는데 다리는 앙상한 가지처럼 삐쩍 말랐다.
“아빠 사랑해요. 이제 자주 올게. 주말마다 올게. 내일도 엄마랑 올게”
“응........”
힘겹게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던 아빠의 눈꺼풀이 조용히 감긴다. 엄마가 내일 다시 오자며 나가자고 손짓한다. 병원을 나서는 길이 아득하고 슬프다.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한바탕 울음을 쏟아냈더니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네. 바뀌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슬픔이 눈물과 함께 빠져나가긴 하나보다. 그래, 슬플 땐 맘껏 울기라도 하자. 우는게 뭐 어때서.
“원래 이별은 이렇게 힘든거야. 죽음으로 가는 길은 더 그렇고. 근데 누구나 겪어야 할 일이기도 하니까”
내가 엄마를 위로해야 하는데 엄마가 나를 위로해 준다. 나는 말문이 막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딸이랑 같이 오니까 좋네”
내 존재만으로도 엄마에게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생로병사.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당연한 삶의 섭리라 해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아빠를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내드리는 것도 붙잡고 있는 것도 나의 능력 밖의 일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 딸이 나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인 것처럼 나도 아빠에게 그런 딸이었겠지? 나로 인해 아빠의 삶이 더 빛나고 아름답고 행복하기도 했겠지?
나도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얘기를 듬뿍 하고 왔는데 내 딸도 내 맘을 아는지 예쁘게 사랑 표현을 해놓았다.
사랑한다 내 딸.
사랑해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