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앤하이드

뮤지컬 관람

by 프로성장러 김양

남편이 회사에서 추첨으로 지킬앤하이드 뮤지컬을 보여준다며 신청해 보겠다고 했다.


“우리 아빠 그때까지 괜찮으시겠지?“


뮤지컬 관람 추첨 시기는 4월이라 아빠가 사경을 헤매는 중이셨고, 관람일은 5월이었다. 마음 졸이며 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차라리 안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승우 배우가 출연할 때부터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지만 가족의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그 어떤 것에도 감흥이 없었다. VIP석에 지원했는데 경쟁률이 12:1에 달한다고 해서 별 기대도 없었다. 되면 좋고 안돼도 할 수 없다는 식이었다.


“와, 대박! 지킬앤하이드 됐다!”


4월 22일에 남편이 이 기쁜 소식을 알려줬는데도 걱정이 됐다. 아이는 누가 보며, 우리 아빠는 어떻게 되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매표소에서 사원증을 확인하고 동반자 신분증까지 확인해서 표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했다. 계속 걱정하면 뭐 하나. 그때 가서 보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못 가는 거지.


어제가 뮤지컬 관람일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기쁨과 설렘으로 기다렸을 날이지만 그동안 내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는 일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렀고,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시시때때로 눈물 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내게 이런 외출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주말 저녁까지 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가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추적추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식욕은 사그라들지 않고, 식곤증까지 밀려와 피곤하고, 나가기 직전까지 만사가 다 귀찮았다.


결과적으로는 의미 있는 뮤지컬 관람이었다. 남편과의 연애 시절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라 좋았고, 신성록 배우의 성량과 연기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든 아버지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과 부패한 귀족들 사이에서 굳건하게 지키고 싶어 하는 지킬의 직업정신(?)도 인상 깊게 다가왔다.




뮤지컬을 포함한 공연 관람은 아빠가 평생 즐기지 않았던 문화생활이지만 아빠에게 그럴만한 환경과 여유가 허락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아빠가 살았던 시대와 가족 구성원의 차이가 만들어낸 세대 간 격차가 꽤나 컸다는 사실이 슬프고, 감사하면서도 아쉽다. 내가 받은 교육, 자유롭게 향유한 문화생활과 삶의 여유 같은 혜택은 엄마, 아빠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부모님 세대와 내가 경험한 세상의 넓이와 깊이 차이가 서로 다른 가치관 형성으로 이어졌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나 문화생활 중 일부는 아빠에게 “쓸모없는 돈낭비”가 되기도 했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나 음식에는 몇 백만 원을 투자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돈에는 인색했던 아빠가 갑자기 미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건강, 돈, 건강, 돈 하면서 살면 뭐 해? 죽으면 다 끝인데!!! 아빠도 마지막 순간에는 가족과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던 것이 제일 아쉽고 후회된다고 했다.


나는 절대 그런 후회는 하지 않도록 가족들에게 잘해야지... 우리 엄마도 뮤지컬 관람을 좋아하는데 다음엔 엄마랑 같이 보러 와야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지금 이 순간” 만큼 소중한 것도 없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맘껏 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