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아빠가 돌아가시고 시도 때도 없이 슬픔이 찾아오는 가운데 날씨와 자연, 꽃과 식물을 통해 큰 위로를 받고 있다.
뭐든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이 좋다.
꾸미지 않아도 그 상태로 빛나는 것들이 사랑스럽다.
올해의 봄은 정말 환하고 길고 예뻤다.
이제 땡볕 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인데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아빠가 떠나신 후 얼마를 살든 짧게만 느껴지는 생애가 허망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중요한 교훈도 얻었다.
나 자신과 가족, 소중한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내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자는...... 매우 기본적인 사실인데도 실천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차근차근 행동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매번 봄이 지나치게 짧아 아쉬웠는데 이번 봄은 유난히 길고 아름다웠다.
마치 아빠가 주고 떠난 선물처럼.
따뜻하고 따스하고 예쁜 계절이었다.
집 마당에 시기별로 피어나는 꽃을 맘껏 쳐다보며 즐거운 마음을 가졌다.
아빠에게는 이 아름다운 계절이 다시없을 텐데, 우리 아빠를 떠올리면 슬프고 너무 그립네, 하는 생각이 찾아오면 울다 웃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만연한 여름 속에서도 여전히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올해 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빠가 떠나시던 해의 봄은 참 길고도 아름다웠다고.
그래서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러면서도 때때로 깊은 슬픔이 찾아와 무너질 때도 있었다고.
난 예쁜 봄 속에서 울고 웃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고.
계절이 주는 기쁨과 위안이 이렇게나 큰 것이었다니....
역시 자연은 위대하고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이가 마당에서 사부작 사부작 잘 놀 때 우리 집 마당은 더더욱 빛을 발하고, 예뻐진다.
자연아, 고맙다.
봄아, 오래 머물러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