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확대 해석하지는 말자
<놓아 버림>에서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부정이든 긍정이든 어떤 판단 없이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알려준다. 그게 나 자신이 평온해지는 길이라고.
하지만 생각만큼 실천이 쉽지 않다.
내겐 외롭고 슬픈 감정이 여전히 낯설고, 피하고 싶은 감정으로 다가온다. 슬픔이 오면 내게 또 슬픔이 왔구나, 나는 왜 슬픈 거지? 아, 나는 이런 상황에 슬픔을 느끼는구나, 이러다 또 나아지겠지, 하는 게 아니라 “슬픈 게 싫다”는 생각부터 앞선다.
지난주 금요일부터는 갑자기 급 외로워지기 시작하더니 이 감정이 쉬이 나아지질 않는다. 밥도 혼자 먹는 게 좋았는데 갑자기 혼자 먹는 것도 싫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도 싫어졌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사라질 감정인데 2차, 3차 감정으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내가 보였다.
아빠가 꿈속에라도 찾아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난 주말엔 꿈속에서 아빠를 만났는데 그것조차 슬픔으로 다가왔다.
내가 억지로 슬픈 일을 만들고 있는 걸까?
피해자가 되어 위로받고 싶으니까?
이런 생각들까지 더해져 괴로워하다가 지금의 기분을 2차, 3차 감정으로까지 확대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늘은 그냥 슬픈 날인 거야.
아빠가 돌아가신 건 계속 실감이 안나는 가운데 아빠가 그리운 것도 너무 당연하고.
이 감정들은 지금 느낄 수 있는 당연한 기분이란다(?)
그러니 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거부하며 밀어내지 말고, 충분히 느끼렴.
슬픔과 기쁨은 같이 오기도 하니까 감정 치유를 위해 회사에 꽃과 화병을 갖다놨다.
이번 달 안에 꼭 마무리 하고 싶은 보고서가 있었는데 그 내용도 얼추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조용하게 앉아 보고서를 쓰다보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역시 나는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한 사람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모니터 옆에 놓인 꽃을 계속 들여다보니 기분이 노랑노랑 좋아지던데... 책상에 놔둔 사진을 못 찍었네.
출근해서 또 꽃 보면서 오늘도 보고서 글 많이 채워넣고 마무리도 해야지.
오늘 출근하는 발걸음은 조금 산뜻하겠네:)
외롭고 슬픈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해보는 오늘의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