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열대야 여름이 시작됐다.
습하고 더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날씨.
낮에 남아있는 더운 기운이 저녁까지 이어지는 한국의 여름.
이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런 날씨에도 밤낮으로 에어컨 없이 잘 지낸다. 심지어 덥고 습한 날씨를 좋아하기까지 한다. 1년 중 내게 가장 높은 에너지가 유지되는 시기.
남편은 겨울 이불까지 덮고 자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면서;;
모든 사람의 얼굴과 성격이 다르듯 체온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문득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아빠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지만 아빠가 했던 말이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 내 귀를 맴돌고 있다.
죽으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말은 이런 뜻이었을까?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아빠를 더 많이 생각하고 떠올린다. 가끔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눈물로 이어지지만 그래도 아빠를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좋다.
아빠가 “맨날 늦게 오고.... 힘들어서 어떡해......” 라고 했던 말도 생각나고...
- 아빠, 그래서 이제 가능하면 야근은 안 해요 ㅋㅋㅋ 늦게까지 할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 해 ㅋㅋㅋㅋ
“가만히 있으면 안 더워”
이런 여름 날씨에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으면 정말 덥지 않은 내 몸이 신기하기도 하고, 아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진짜 예쁜 여름이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집 마당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는 상추와 고추도 잘 먹고 있는데 최근에 심은 복수박과 루꼴라도 얼른 먹어보고 싶다.
아빠, 아빠가 없이 보내는 첫여름이지만, 나는 올해 여름도 “가만히” 있으면서 안 덥게 잘 지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