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잘 지내서 좋아
엄마는 얼굴이 좋아졌다.
엄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씩씩하게 잘 지내신다. 엄마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말한다. 엄마 얼굴이 좋아졌다고. 나도 이 사실이 좋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좋은 건 이거 하나뿐인 것 같다.
아빠가 아프셨던 1년 반 동안 온전하게 아빠를 간호하며 힘들었던 엄마였다. 아빠가 떠나신 이후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자신 만의 삶을 잘 살아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기쁘다.
나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엄마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기꺼운 마음으로 도와주는 엄마한테 감사하다.
그래도 추석엔 우리를 위해 시간 좀 내주시지. 추석에도 내내 친구들을 만나느라 바쁜 우리 엄마.
아빠 없이 보내는 첫 명절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삼촌, 이모, 친구들을 만나기 위한 일정이 빡빡하고, 연휴 마지막 날에야 시간이 난다고 했다.
아이랑 남편과 함께 도착한 친정에는 뜻밖에도 엄마의 친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와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또 친구들과의 약속이 잡혔다고 했다. 헉쓰.
엄마가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빠르게 점심을 먹고 나왔다.
그리고 아이, 남편과 함께 아빠를 모신 곳으로 향했다. 이제 아빠를 만나려면 엄마가 계신 집과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이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실감나지 않는다는 말.
"아빠, 잘 지내고 있죠?"
아빠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마주한 행사가 어버이날이었다. 아빠가 없는 엄마의 첫 생일이 지났고, 내 딸과 남편, 내 생일이 순서대로 지나갔다. 올해 내 생일에는 작년에 찍어둔 생일 축하 영상을 보며 아빠를 생각했다. 1년 사잉에 내 아이는 훌쩍 자랐고, 이제 아빠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아빠가 없는 첫 명절 연휴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나는 언제쯤 아빠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