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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귤이 맛있는 겨울

by 프로성장러 김양

날이 너무 춥다.

그럴 말도 하지. 이제 11월 말이니까.

벌써 11월 말이라니.......!? 2025년도 곧 끝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잘도 흘러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간은 나이의 속도와 비례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요즘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걸 보면.

(40대인 나 자신..... 아직 젊은건데....라는 생각도 자주 하는데.....나만의 착각인가?ㅋ)


요즘 내 딸이 귤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영하의 온도로 겨울이 왔음을 알지만 귤을 먹으면서 맛으로도 겨울을 느낀다. 하우스 귤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달콤하고 신맛이 나는 겨울의 귤.

내게 귤은 겨울이다.

내 딸도 그걸 아는지 꼭 겨울에만 귤을 야무지게 잘 까서 먹는다.


"엄마, 귤 더 줘요"

이미 네 개나 먹어 치웠는데도 더 달라고 조르는 내 딸. 입이 짧은 아이라 먹을 걸 더 달라고 하는 말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인데.

재작년부터 알게 된 타이벡 귤은 11월에서 12월 초까지만 나오는데 정말 맛있다.


나는 오늘도 너무 추워서 달리러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달릴 때마다 아빠가 더 많이 생각난다. 아빠를 생각하며 괴롭고 슬픈 마음에 달리기를 시작해서일까?

어떤 날엔 하늘이 너무 예뻐서 좋았다가, 또 다른 날에는 아빠가 이 하늘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네, 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아빠가 살아계실 땐 아빠 생각을 거의 안 했는데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아빠 생각이 정말 많이 난다.

아빠도 40대 중반에 접어들며 나처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까?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일도 하고 그랬던 걸까?

아빠는 힘들수록 더 열심히 일에 집중한다고 했다. 나는 아프면 쉬는 게 정상 아닌가? 생각했지만 일을 해야 고통도 잊을 수 있다는 아빠 말에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아빠는 내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만 했다. 아빠는 육체적으로 힘들 때조차 영양제와 배드민턴이나 달리기, 더 나이가 들어서는 걷기 운동에 의지했고, 다른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건 거의 죄악 수준으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아플 땐 좀 쉬고, 가족한테 의지도 하고, 힘들다고 말해도 될 텐데....."


아빠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나와 같을 수 없었다. 우린 가족이어도 살아온 세상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아빠는 한국전쟁이 터지기 직전에 태어났고, 일제강점기를 온전하게 겪은 부모 밑에서 자랐다. 남아선호사상과 장자우선이 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막내이자 늦둥이로 태어나 남자라서 대우받았다가, 막내라서 설움도 많이 당했다. 나는 아빠가 온 몸으로 지난 온 세계를 국사책이나 기사로만 접했다. 이런 세상도 있었다고 인정은 하지만 이해하기에는 힘든 부분도 많았다.


아빠를 보내고 처음 맞이하는 겨울이다. 내가 다 자라고 난 뒤로 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던 아빠도 내가 귤을 좋아하는 건 알았다. 심지어 언니는 내 손, 발이 노란 게 겨울에 귤을 3일 걸러 한 박스씩 먹어치워서라고 할 정도였다.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귤을 좋아하고 잘 먹는다. 내 딸도 그렇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 좋다.


아빠도 귤을 좋아했나? 잘 모르겠다. 나도 아빠한테 영 관심이 없었네....

미안해요, 아빠.


귤을 보며 그리워하는 아빠,

아빠 없이 보내는 첫겨울,

올해는 찬 바람을 맞으며 매일 달려서 그런지 유난히 더 춥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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