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됐어요
최근에 컨설팅팀에서 리서치팀으로 부서이동을 했는데요. 얼떨결에 팀장이 되는 횡재(?)까지 떠안게 되었어요.
처음에 부서 이동을 신청했을 때에는 그저 단순하게....
내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글쓰기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글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객관적인 데이터를 분석해서 신뢰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가짐뿐이었는데요.
팀장이라는 자리와 직위가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과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더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지금 이 위치에서 심하게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팀의 업무를 파악하는 게 저의 가장 큰 과제였고요. 팀 내에서 팀장인 제가 해야 하는 일, 나아가 팀원들을 잘 챙기는 일도 팀장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여기에 더해 저 역시 상사가 있기 때문에 그분이 제게 원하고 기대하는 부분 역시 스스로 채워나가야 하더라고요.
리서치팀에서 보유한 데이터와 보고서를 깊게 파고들며 "상업용 부동산 트렌드" 글을 써야지, 하는 결심으로 몇 주 전에 브런치 연재북을 열었는데, 지난 3주간 혼란스러워서 연재글을 하나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일과 새로운 직책을 맡게 되었는데 당연히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어떤 팀장이 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어요.
때마침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고 있었는데 읽는 내내 물개박수가 절로 나오더군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팀장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잘 설명되어 있었거든요.
"권위는 있지만 권위적이지는 않은 팀장, 사회성이 제로에 수렴해도 최선을 다해 팀 사람들과 어울리는 팀장, 동시에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고 무엇보다 합리적인 팀장"
저 역시 늘 이런 상사이자 팀장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팀장 역할"에 대한 부담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 중입니다. 부담이나 압박감이 제가 회사에서 처리해야 할 "실질적인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요.
이제는 진정으로 제게 주어진 일에만 집중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요일에 상사와 비디오 콜을 했는데요. 제게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과업을 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I am here to support you"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적극적인 지원도 보여주셨어요. 저 역시 팀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를 부여하고, 필요할 때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는 팀장이 되어야겠다는 결심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제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일부터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나가야겠죠?
저는 궁극적으로 전문적인 글도 읽기 쉽고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공부하면서 글로 정리하기 위해 이 연재북을 시작한 것이고요. 유시민 작가님은 늘 본인을 "지식소매상"이라고 소개하시던데 저 역시 언젠가는 제 자신을 "상업용 부동산의 지식소매상"이라 자칭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사에서 부서이동이라는 큰 산을 넘어 적응하고 있으니, 이제 브런치에서도 큰 마음을 먹고 "상업용 부동산 트렌드" 글쓰기의 첫 걸음을 시작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