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려운 걸 어떻게....
이런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디톡스라니,
나도 한때는 이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고, 오히려 디지털 사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멀리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바빴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디지털 디톡스를 꿈꿨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고, 주말에는 아예 핸드폰을 1도 쳐다보지 않는 삶을 말이다.
당연히 쉽게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주말에 핸드폰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해 보려다 마주한 현실은 내가 스마트폰 중독자였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었다는 생각, 그것도 기계의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은 생각만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요 몇 년간 행복해서 아직까지 기억나는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 행복을 마주한 시간 속에서 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거나 혼자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다양한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내 삶을 통째로 지배하도록 나의 자율성까지 내어주고 싶진 않다. 디지털, AI 시대에도 우리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은 사람이고, 오가는 대화 속에서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우연히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와서 답답함과 괜찮음을 동시에 느끼며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이제 주말에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과연?)
이번 주말엔 디지털 디톡스가 주는 행복을 만끽해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 글을 핸드폰으로 적고 있는 아이러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