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제가 무대기라니!
첫 직장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료이자 동생이자 친구를 만났다. 당시 내 나이 방년 25세, 이 친구는 23세였다. 처음엔 동료였고, 점차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지만 이제 친구라고 해도 아무렇지 않을 시기가 됐다.
“언니, 오늘은 꼭 오제제 먹어보고 싶은데!“
“그래? 그럼 가야지!”
지난주에 생일이었던 친구가 먹고 싶다는 건데 당연히 사줘야지. 오제제의 대기 경쟁을 뚫고서라도. 식당에 평상시보다 일찍 도착하지 못했는데도 내 친구의 간절함을 알았는지 어제는 대기가 없었다! 오제제에 대기가 없는 건 처음 보는데! 신기하고도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뭐 먹을래?“
메뉴판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A세트”
일찍 도착한 내가 주문을 하고 먼저 자리에 앉아 친구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시간조차 설레고 기대되는 만남. 총총총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도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는 어느덧 40대가 되었지만 내게는 이 친구가 여전히 20대 때처럼 귀엽기만 하다.
“언니 이거 진짜 부드럽고 맛있다”
냠냠냠. 찹찹찹.
먹는 것만 봐도 귀엽네 ㅋㅋ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고, 마음의 걱정거리도 공유하며 빠르게 흘러간 점심시간. 예상하지 못했던 고민이 비집고 들어와 힘들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런 만남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문득 가족에게는 왜 이런 관대함을 가지지 못하는 건지 생각해 본다. 나랑 가장 가깝고 사랑하고 소중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너무 가까운 사이니까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가? 가까운 사이니까 나 자신과 구분하지 못하고 나를 대하듯 가혹하게 대해서 그러는 걸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고 힘든 거 위로해 줬으면 좋겠고, 뭐 그런 건가? 너무 이상적인 가족상에 나 자신과 가족 구성원 모두를 끼워 맞추려고 하면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닐까?
어제의 소중했던 시간을 떠올려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밀려왔다가 흘러간다.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제는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은 남편과 아이에게도 맘껏 내 사랑과 관심을 표현해 봐야겠다.
더불어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