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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왔다

그래서 신나게 놀았다

by 프로성장러 김양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다. 같은 모양의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는 타운하우스촌. 그래서 눈이 오면 통행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눈을 치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치운 건 고작 한두 번 정도.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한다는 이유로, 혹은 출근해야 하니까 등등의 이유로 눈 치우는 일을 남편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랑 집 계단에 쌓인 눈을 조금 치워봤더니 그동안 눈 치우는 일을 혼자 담당해 온 남편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해도 책임회피가 허용되는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아이도 많이 컸으니 우리도 함께 눈 치우는 일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면서 아이와 눈멍....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이 휴일이라 다행이다 싶으면서 오전 내내 아이와 함께 눈만 바라보며 실내에서 눈멍을 즐겼다.


정부에서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나가서 돈 쓰라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했는데 이런 날은 어디를 나갈 수도 없다. 집 안에 잘 붙어 있는 게 상책.


아이랑 집안에서 버티는 와중에 잠시 눈이 그치고 해가 나온다! 기적이 일어나기라도 한걸까?


“우리 잠깐 나가서 놀까?”


나의 즉석 제안에 아이는 금방 방수바지를 입고, 장갑까지 야무지게 끼고, 혼자 점퍼까지 입은 뒤 지퍼까지 잘 채웠다. 대충 눈사람만 만들고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아이는 삽을 들고 눈을 치우기 시작한다. 이렇게나 잘 치운다고?? 완전 기특이.



눈 덕분에, 그리고 해님 덕분에, 잠시 나갔다 왔더니 오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내친김에 아이가 좋아하겠지 싶어 생애 최초로 썰매도 끌어줬다. “엄마 더 빨리“를 외치는 아이 기대에 부흥하고 싶어 힘을 내보지만 저질 체력이라 10번이 한계. ”엄마 한 번만 더~! 제발~~~~“ 까르르 웃으며 신나 하는 아이의 간절함에 부흥하고자 한 번만 더 힘을 내본다. 진정한 엄마파워.


그리고 어제저녁엔 시부모님이 오셨다! 그래서 저녁부터는 육. 아. 해. 방. ㅋㅋㅋ 자유시간이 주어진 틈을 타서 읽고 싶었던 책을 마저 다 읽고, 책리뷰 글까지 올렸다!


아이, 가족, 나 자신에게까지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


눈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눈 덕분에 아이와 신나게 놀 수 있었던 하루, 아이와 함께 논 뒤에는 육아 휴식도 누릴 수 있었던 시간들,


그래, 이게 진정한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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