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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사회적 성공

두 마리 토끼 잡기

by 프로성장러 김양


“그분은 아이도 없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열정도 있으니 승승장구하겠어요”


흔히들 육아가 성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도 이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슬픈 현실이라 해도 분명 사실인 부분이 있으니까. 특히 요즘처럼 동등하게 육아 분담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않나?


아이를 낳고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 내 안에 잠재된 커리어 성장 본능을 억누르며 불만족스럽게 살고 싶지 않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을 이용해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잘하면 1년 동안 수업을 몽땅 듣고 수월하게 수료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출산한 지 두 달 만에 몸이 다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등하교를 하다 보니 죄책감과 괴로움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수업을 들으러 갈 때마다 아이에게 충실하지 못한 엄마라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 보상으로 아이와 같이 있을 때에는 최선을 다해 모유수유와 육아에 전념하며 에너지를 다 소진해 버리기도 했다. 학업에 온전히 전념할 수 없다는 사실은 크나큰 자괴감으로 성큼 다가오기도 했다. 아이는 90일이 지나면서부터 감사하게도 7시 반만 되면 잠들어 아침 8시까지 잘 잤지만 육아가 끝나면 설거지와 집정리 같은 잡다구리 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저히 육아 후 공부에 돌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복잡 다난한 감정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저울질하는 와중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수시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고,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제 나는 육아 중에도 에너지를 비축해 두는 방법을 터득했다. 100세 시대에 박사과정을 빨리 끝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도 받아들였다. 그래서 논문을 5년 동안 매우 천천히 쓰겠다는 다짐도 했다.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도 내려놓았다. 당당하고 겸손하게 “저는 다 잘하려고 하지 않아요. 다 중간 정도만 하고 싶어요”라는 말까지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렇게나 겸손하게 뻔뻔해진 나 자신이 멋쩍으면서도 마음에 든다.


나는 아이를 낳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을 “성장의 길“이라 부르고 싶다. 딩크족이나 비혼주의자의 성공이 3년 안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 기간을 5년, 혹은 10년으로 길게 잡고 천천히 가면 된다. 육아와 커리어 성장, 여기에 나의 내면 성장까지 함께 더하면서 말이다.


“육아와 커리어 성공”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장기 플랜으로 설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급하지도 않고 서두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오로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지적 호기심만이 남았다. 알고자 하는 것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 천천히 지식을 쌓아 지혜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고 싶다. 결국 그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



눈만 내려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내 아이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정말 많다.


결국 나는 아이와 함께 천천히 성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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