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인센티브 주세요
“여보, 나 사고 싶은 패딩이 있는데...”
“얼만데?”
“200만 원짜리랑 400만 원짜리가 있어”
“헉... 너무 비싼데...... 100만 원대로 찾아봐”
“그럼 190만 원도 괜찮아? 190만 원 조금 넘으면?“
(구질구질 ㅋㅋㅋ)
“조금 넘는 거까진 내줄 수 있겠지. 더 나가는 건 여보가 돈을 좀 보태던가”
(왕치사 뿡 ㅋㅋㅋㅋ)
인센티브 받은 남편과의 대화다. 남편이 (내 기준에서는)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았기 때문에 내게 떨어지는 콩고물을 기대해 보지만 어림도 없다.
“나도 1년 동안 고생했으니까 인센티브 좀 줘“ 라고 보채도 절약정신 투철한 남편은 절대 나의 사치(?)에 부흥할 생각이 없다. 그동안은 우리 수입의 대부분을 거의 집 대출 갚는데 올인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비 명목의 카드는 줘도 절대 현금은 주지 않는 남편에게 섭섭해지는 때가 딱 이런 시기.
그래도 좋게 생각해 보면 190만 원 조금 넘는 것까지는 내주겠다는 게 어디냐.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ㅋㅋㅋㅋ)
결혼한 지 10년 넘게 통장을 못 합쳤고, 앞으로도 수입을 공동 관리하긴 힘들 것 같으니 남편이 거액의 인센티브를 받을 때마다 물건이라도 받아내야 한다. 올해는 어찌어찌 190만 원가량의 패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통장을 합쳤다면 니돈도 내 돈, 내 돈도 내 돈 느낌이라 이런 고가의 패딩은 안 샀을 수도 있겠지만 내게 남편돈은 완벽한 남의 돈이다. 각자의 독립적인 재정 관리를 받아들이고 통장을 합쳐서 알뜰살뜰 더 많이 모아보자는 마음도 완전히 내려놓은 지 오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망설임을 멈추고 얼른 사고 팠던 패딩을 사러 가는 것이다. 평생 저런 고가의 패딩은 못 사입을 것 같아, 싶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한 번 사볼까? 고민할 수 있는 형편이 됐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결론적으로 올해 남편이 나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190만 원가량의 현물 패딩이다. 사실 어제 남편과 대화를 나눌 때만 해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패딩이 대체 뭐라고, 이 돈을 내고? 싶기도 했고. 그냥 사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글을 적으며 어제의 대화를 되짚어보니 갑자기 행복이 밀려온다. 그러니 남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냅다 패딩을 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