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산 샌들
오늘의 비움, 그냥 샌들
하나씩 비우다 보면 필요한 게 보인다. 단순히 사야 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무엇을' 채워야 할지가 보인다.
오늘은 흰색 샌들, 이것도 2년 전에 샀던가. 아니면 내 기억의 한계가 2년인 건가.
검은색을 먼저 샀다. 밝은 색 샌들도 갖고 싶어서, 귀찮은 마음에 색깔만 다른 이 샌들도 산 것. 두 샌들의 구매 시기는 몇 시간 차이다. 다시 말해 신어보지도 않고 같은 걸 두 켤레나 샀다. 막상 신어본 샌들은 맨발로 다니는 기분이었다. 굽이 없다시피 해서, 한번 나가면 거리의 모래와 돌멩이를 묻히고 집에 돌아왔다. 또 내 단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나는 발가락 마디에 굳은살이 있어서 '개구리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럼에도 기왕 샀으니 신고 다녔다.
그나마 검은색은 무난해서 '나는 자연인이다' 여기며 많이 신었다.
사실 내일 검은색을 비울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