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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Dec 17. 2020

201217

82년생 김지영


오늘의 비움, 특별하지 않은 책

책꽂이 정리를 위해 비운다. 지난해 다시 읽고 깊숙이 꽂아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상황이, 김지영 씨의 경험이 특별하지 않아서 불편한 책이다.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가장 불편했던 장면을 남긴다.


"학생! 학생! 이거 두고 내렸어요!"
여자는 자신의 목에 두르고 있던, 얼핏 보기에도 고등학생 김지영 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카프를 흔들며 달려왔고 남학생은 쌍년들, 이라고 욕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여자가 정류장에 도착하고, 김지영 씨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을 때, 아버지가 헐레벌떡 골목에서 뛰어 나왔다. 김지영 씨는 두 사람에게 간략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남학생 같은데, 전혀 기억에 없고, 김지영 씨가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혼자 착각한 것 같다고. 여자, 김지영 씨, 아버지, 이렇게 셋이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다음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급히 나오느라 빈손으로 뛰어왔다고, 택시라도 태워 보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사례는 꼭 하겠다는 아버지에게 여자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택시가 더 무서워요. 학생이 많이 놀란 것 같은데 잘 달래주세요."
하지만 김지영 씨는 그날 아버지에게 무척 많이 혼났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그렇게 배우고 컸다. 조심하라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길, 위험한 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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