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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Dec 19. 2020

201219

화장품


오늘의 비움, 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나도 언니도 화장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화장대 선반 두 개에 화장품이 가득하다. 왜? 화장품은 내게 옷 같은 걸까. 오늘 선크림을 집었는데 바닥에 먼지뭉치가 붙어 있었다. 늘 손 닿는 곳인데, 이건 또 왜. 급발진을 해 선 채로 화장대를 훑었다. 


유통기한 지난 샘플 열댓 개와 립스틱 네 개와 립밤 한 개, 선크림 한 개,  오가닉인지 뭔지 다섯 번 정도 쓴 대용량 헤어로션 한 개, 호랑이 연고 두 개를 버렸다. 선 채로, 그 자리에서, 아주 막 꼼꼼하지 않게 걸러낸 게 이 정도였다. "지구야 미안해"를 되풀이하며 내용물을 비웠다.


이 과정에서 선크림을 하나 건졌다. 선크림 두 개를 산 지 불과 보름도 안됐는데 말이다.

쓸데없이 화장품이 많다는 사실도 건졌다. 립스틱은 왜 일곱 개이며, 파운데이션이나 팩트 같은 커버 제품들은 죄다 두 개씩일까. 쓸데없어서 문제인 거다. 계절이나 기분 따라 립스틱 색을 고른다거나 날씨에 따라 파운데이션을 택하고 또 두 개를 섞어 쓰는 사람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지구야 미안해." 아무래도 손기술이 없어 장비빨 채우고 싶었나 보다.


잡히는 대로 허겁지겁 비우고 채 정리가 안 된 화장대를 사진에 담았다.

샘플 언제 다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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