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비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방 Dec 20. 2020

201220

톨스토이 단편선2


오늘의 비움, 톨스토이 단편

청소년 필독서가 왜 책꽂이에 있나 싶어 생각해봤더니, 중학교 때 도서동아리를 하며 챙겨둔 것이었다. 폐기할 책을 정리하면서 챙긴 건지, 아니면 슬쩍한 건지 생각이 안 난다.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 당시에도 몇 페이지 읽다가 말았나 보다. 정작 내가 기억하는 첫 톨스토이의 작품은 <<부활>>이다. 막 고1이 된 내가 읽기에 그 책은 긴긴 이름의 향연이었다. 그 정도. 같은 책도 받아들일 수 있는, 곱씹을 수 있는 때가 따로 있다.


비우기 전 톨스토이 단편선을 (아마) 다시 읽었다. 단편 중 <지옥의 붕괴와 그 부흥>에 마음이 간다. 우리 삶에서 진리를 가리는 것들을 '다시 찾아온 악마의 부흥기'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느낄 수 있겠다. 오늘 비울지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도서관에서든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저희들이 사람들에게 진짜 결혼이라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성립된다는 것, 즉 사나이와 계집의 결합이 아니고, 예복을 입고 그것을 위해서 준비된 특별한 모자들을 쓰고 여러 가지의 노랫소리에 맞추어서 세 번 작은 테이블의 둘레를 도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입니다. 저희들은 오로지 이것만이 결혼이라고 불어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인간 놈들도 그것을 사실이라고 여겨서 자연히 이 조건을 갖추지 않은 모든 남녀관계는 그들에게 대해서 아무런 속박도 가하지 않는 단순한 향락이라든가, 아니면 생리적인 욕구의 만족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되어 저절로 아무도 꺼리지 않고 이 만족에 빠져 버리는 것입니다.


연로한 교수님이 세족식 해주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무튼, 잘 읽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21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