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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Dec 25. 2020

201225

맥북


오늘의 비움, 첫 노트북

나의 첫 전자기기들은  언니로부터 시작됐다. 중학교 때 갖게 된 일명 '정우성 코끼리폰'은 언니가 행사에 담청 돼 받은 거고, 대학교 때 갖게 된 노트북은 언니가 쓰던 걸 물려받았다. 특히 오늘 꺼낸 노트북, 이 맥북은 평생 갤럭시만 써오던 내게 '애플도 써봤다니' 하는 새삼 놀라움을 안겨줬다. 어쩐지, 맥북 한영 변환키를 알고 있더라니. 딱 그것만. 대학 시절 나는 동영상 편집이니 음악 만들기니 하는 기능들은 제치고 오로지 한글 문서만 썼다. 단 하나의 기능을 쓰기 위해 이 묵직한 맥북을 들고 세 시간 가까운 통학 시간을 견뎠고, 밤늦도록 술을 마셨으며, 가끔은 도서관에 문 닫을 시간까지 있었다.


다시 켜자 네이트온 채팅창이 반긴다. 문서에는 대학 시절 과제 두 편이 들어 있다. 좀 더 열심히 했다면 수업 내용을 지금도 기억할 수 있었을까. 글쎄. 회사 자료들도 담겨 있는데, 이상하게도 난 그 당시 이 노트북을 꺼낸 기억이 없다. 대학 시절 과제만 USB에 옮겨 담고 의문은 회사 자료와 함께 비운다. 언니가 쓴 자료도 남아 있기에, 원래 주인이었던 언니에게 자료 처분 겸 넘기기로 했다.


참고로 노트북 같은 소형기기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폐기물 스티커 발급받으면 됩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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