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무겁다며 앓는 소리 하는 내게 둘째 형부가 선물해줬다. 우리 형부로 말하자면 수줍음이 많지만 몹시 장난기 있고, 그래서 장난이 통하지 않으면 무척 머쓱해한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어 정색을 한다. 까불거리는 처제에게 깜짝 선물도 해주는 보살 아니 스윗가이다.
이 노트북은 '가볍고 워드만 쓸 수 있으면 된다'는 조건에 부합한다. 색감이나 소재 때문에 얼핏 장난감으로 보이는데 그게 또 매력이다. 처음 노트북을 받아 든 날, 자판에 하나하나 글자 스티커를 붙였다. 손재주가 없어 조금씩 비뚤게 붙였지만 역시 매력적.
앗차 싶었던 적도 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다. 엄마가 심심해할까 봐 이 노트북에 예능프로그램을 담아 갔다. 그런데 용량을 견디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당황했지만 교훈으로 삼았다. 그래, 이걸로는 글만 쓰자.
어느 순간 화면이 먹통이 되더니 간헐적으로 켜졌다. 이 또한 용량을 견디지 못한 거라고 여긴다. 정말 글만 써서 억울하거든. 억울함 반. 노트북으로 다른 일도 하고 싶다는 욕심(?) 반으로 결국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 일 년 전의 일이다.
이 순수하고 예쁜 노트북은 조카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일단 어디 박혀 있는지 모를 충전기를 마저 찾고, 수리센터도 좀 알아봐야겠다. 써놓고 보니 '당장 비움'이 아니라 '비움 예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