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회사는 작은 규모라 한 층에 모든 팀이 근무한다.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사무실로 들어서는 유리문이 있는데, 내 자리는 그 유리문을 마주한다. 사무실에 들어서며 한 번쯤 눈길을 두는 자리. 반대로 말하면 사무실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자리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어폰을 빼 가방에 넣는다. 표정만 보고서는 어떤 노래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노래든, 한 곡을 다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내 불편할 수도. 딱히 웃지도, 마음대로 찡그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아침마다 인삿말을 건넨다. 그렇다고 꼭 서로를 향하지는 않는다. 어깨에 멘 가방이나 머플러, 어떤 날은 그 사람 뒤로 펼쳐진 벽을 향한다.
모니터 앞에 앉으면 쉽게 잊어버린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서 보낸다. 책상에는 오늘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한 사람이 하루의 반을 보내는 데에는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쪽 자리에서 저쪽 자리로 말을 주고받고, 배고프면 끼니를 해결한다. 몰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은행 업무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숨기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오가며 보는 사무실에는 모니터 너머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모를 사람들이 앉아 있다.
필요한 일과 이야기를 하는 공간.
며칠에 한 번 회의실 탁자에 둘러앉아 밥이나 간식을 먹는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수고했다는 주고받는다. 필요에 의해 누군가를 대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어떤 표정이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일이다. '그 사람도 나처럼 집으로 돌아오면 맥없이 웃어버릴까' 싶은. 이건 꼭 필요하지도, 의욕이 생기는 일도 아니다.
잠깐 그려봤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해 환기를 시키고 자리로 향했다. 한 책상에 놓인 팝콘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 캐릭터였는데, 조카에게 같이 보자며 약속했다가 결국 보지 못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인공이다. 팝콘 상자 주변에 피규어가 줄지어 있었다. 무뚝뚝해서 이런 데 무심한 사람이려니 싶었는데, 귀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다른 책상에는 전시 팜플릿이, 또 다른 책상에는 베스트셀러 책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모니터 너머 사람들이 가방에서 하나둘 물건을 꺼내 올려놨을 모습을 그려봤다.
책상을 기웃거리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곧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매일 지나치는 얼굴인데, 처음으로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공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