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반 친구가 부상으로 받은 전자사전. 왠지 이게 있으면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아 무턱대고 엄마에게 사달라 졸랐다. 참 쉽게 사달라고 했다. 결국 그 친구에게 이십만 원 가량 주고 샀던 기억이 난다.
이 사전에는 한글, 영어, 일본어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거의 한 가지 용도로 사용했다. 당시 흠모하던 빅뱅의 팬픽을 수두룩하게 다운로드한 다음 밤새 읽은 것. 많이 울었다, 눈 아파서. 이제 빅뱅과 팬픽은 내 마음에서 지워졌지만.. 아름다웠다.
전자사전, 아니 감정사전이었던 이 물건은 조카에게 양도했다. 이 얼마나 끝까지 아름다운 물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