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친구, 아이스테이션
언니에게 물려받은(?) 아이스테이션 되시겠다. 언니와 나는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독서실을 다녔다. 당시 우리 동네 독서실은 단 한 곳뿐이었다. 버스를 타고 나가면 멀끔한 독서실이 있었지만, 단지 가깝고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동네 독서실을 고집했다. 그곳은 남자와 여자 층이 나뉘어 있었고 사장님 부부가 운영했다. '독서실' 하면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그곳이야말로 이 분위기의 최강자였다.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봐야 세 명. 대부분은 혼자 그곳을 이용했다.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추웠고, 가끔 맨발로 들어설 떄면 장판이 끈적끈적하게 발바닥에 들어붙었다. 어딘가 방치된, 허물어져가는 곳이었다.
나는 독서실 의자에 앉아 아이스테이션으로 영화를 봤다. 커다란 극장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좁지만 넓은 그 극장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재개발 확정 플랜카드가 붙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마실 나갔던 그곳이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