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하루 비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씨방 Nov 01. 2020

201101

독서실 친구, 아이스테이션


오늘의 비움, 아이스테이션

언니에게 물려받은(?) 아이스테이션 되시겠다. 언니와 나는 시기는 다르지만 같은 독서실을 다녔다. 당시 우리 동네 독서실은 단 한 곳뿐이었다. 버스를 타고 나가면 멀끔한 독서실이 있었지만, 단지 가깝고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동네 독서실을 고집했다. 그곳은 남자와 여자 층이 나뉘어 있었고 사장님 부부가 운영했다. '독서실' 하면 조용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그곳이야말로 이 분위기의 최강자였다. 갈 때마다 사람이 많아봐야 세 명. 대부분은 혼자 그곳을 이용했다.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추웠고, 가끔 맨발로 들어설 떄면 장판이 끈적끈적하게 발바닥에 들어붙었다. 어딘가 방치된, 허물어져가는 곳이었다.

나는 독서실 의자에 앉아 아이스테이션으로 영화를 봤다. 커다란 극장에 혼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좁지만 넓은 그 극장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재개발 확정 플랜카드가 붙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마실 나갔던 그곳이 그리울 때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103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