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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Nov 02. 2020

201102

이런저런 생일 선물, 블록


오늘의 비움, 변신 블록

2014년 봄, 북적북적한 생일을 보낸 해 받은 선물이다. 달력 형태로 되어 있고, 가이드라인처럼 다양하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다. 유머러스한데 은근히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마음에 들었다. 또 선물이라 좋았다. 사실 품목에 상관없이 '선물'이 주는 의미는 크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나를 떠올렸을 순간이 좋고, 그걸 고이 담아두었다가 머쓱해하거나 반응을 기대하며 내게 내미는 순간도 좋다. 뭐 좋았는데. 

이제 생일은 간소하게 보낸다. 그전에 안부 연락을 간소화했고, 모임을 간소화했고, 서로의 기념일을 챙겨주는 것도 간소화했다. 이제는 시시콜콜한 일상 공유도 간소화한다. 상대방이 힘들어하니까, 바쁠 테니까. 또는 내가 겨를이 없어서. 이제 간편하고 여유롭다. 카카오톡 선물 보내기 기능을 애용한다. 당시의 노력을 떠올리면 금방 지친다. 여럿이 일정을 조율하고,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며 선물 건네는 일을 일 년에 몇 번씩 했던가. 번거로운 일을 당연하게 했던 걸 보면 즐거웠던가. 얼굴 보며 축하한다고 즐겁다고 감정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웠던가.


+

비우기 전 추억도 회상하고, 양해도 구해야겠다 싶어서 이 선물을 준 언니에게 사진을 보냈다.

"이게 뭐야?" 언니의 한마디에 나는 매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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