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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Nov 03. 2020

201103

선물 교환식의 비극, 가습기


오늘의 비움, 오아오아오아 가습기

2018년,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 선물 교환식에서 받았다. 우리는 1~2년에 한 번씩 1박 2일 근교로 떠난다. 한 친구가 제주도에 살기도 했고,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웠기 때문에 성사된 모임이다. 역사가 깊어 보이지만, 한 세네 번 했나? 그냥 모이기는 아쉬워 선물 교환식을 연다. 각자 3만 원 상당의 선물을 준비한 뒤 사다리 타기로 선물 주인을 정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지난해 받은 반지와 이 가습기 외엔 생각나지 않는다.

더 미안한 얘기를 꺼내자면 이 가습기도 오늘 처음 꺼내봤다. 그도 그럴 게, 우리 집은 너무 습하다. 결로 방지 벽지로 중무장한 것은 물론, 올 겨울도 벽지에 송골송골 물이 맺힐 게 뻔하니 마른걸레로 닦아줘야 한다. 처음 이 선물 앞에서 나는 '어휴, 어휴' 하며 손사래를 쳤는데, 꼭 나만 그런 건 아니더라. 내가 준비한 선물 앞에서 표정이 굳어가던 친구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야광 문진과 <괜찮아>... 잘 지내니? 너, 갖고는 있니?


+

이 가습기는 결국, 원래 주인에게 양도하기로 했다. 다시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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