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방을 쓰는 사람이 넷에서 둘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없지만, 두 사람의 물건은 불쑥불쑥 나타난다. 옷을 꺼내다가, 은행카드를 찾다가, 책을 꺼내다가도. 두 사람의 물건은 나와 함께한 시간만큼이나 진득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머물러 있다. 비워도 비워도 끝이 없으니 원. 오늘은 책꽂이에서 언니의 수첩을 꺼냈다. 2012년. 언니가 아이를 낳기 전, 아니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도 않았을 때다. 언니의 20대 목표가 적혀 있다. 내가 20대에 적어놓았던 것과 비슷한, 꿈에 부푼 글이 빼곡했다. 언니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싶었다. 그럼 지금은 다른가, 잠깐 생각하다가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거 버려도 돼?" 언니에게서 답이 왔다. "내용" 이어 "아 버려". 언니에게서 어떤 마음이 스쳐 지나간 건지 궁금했다. '언니도 몇 번쯤 내 일기를 훔쳐봤을 텐데' 싶어 읽으려다가 그냥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