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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Nov 19. 2020

201119

운전면허필기시험책


오늘의 비움. 벼락치기 응시자를 위한 운전 필기 요약본

이걸 비우게 될 줄이야. 아니 애초에 갖게 될 줄이야. 우리 집에는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장롱면허 뚜벅이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주변 상황이 바뀌며 조수석에 앉게 된 지도 몇 년 안 됐다. 사람들이 운전면허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나는 '현실싕 없음'으로 일관했다. 난 평생 뚜벅이일 것 같았다. 걷는 게 좋고, 중고차를 살 능력이 없는 건 물론이고 유지비를 댈 자신도 없고, 딱히 불편한 걸 못느꼈기 때문. 미래는 모른다. 몇 주 전만 해도 내가 운전면허 시험을 치르게 될 지 몰랐다. 굳이 계기가 있다면 '와 내가 일 년 가까이 놀고 있는데 뭐라도 해놔야지?' 하는 생각. 뭐, 제일 중요한 건 아직 시험이 더 남았다는 거다.


필기시험은 앱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위 책을 펼쳐본 건 학원에서 받아든 날 딱 한 번이었다. 한 권을 훑는데 삼 초 걸렸다. 책에 객관식 문제가 빼곡한데, 정답는 파란색 표시가 돼있다. 답 외우기 알맞다. 세상만사 이 요약본 같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근데 긴긴 인생도 삼 초처럼 느껴질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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