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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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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Nov 24. 2020

201124

내적 관종에게 잘 맞는 가방


오늘의 비움, 정든 배낭

옷이며 가방 사는 데 크게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무난하면 일단 좋고, 오래 못 쓸 걸 알아서다. 오늘 비울 가방은 2016년 반값 할인에 혹해 장바구니에 담았고, 상세 사진을 보니 꽤 멋있어서 산 것이다. 역시나 검은색에다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화려함이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앞주머니 안감에 우주가 담겨있다. 몹시 튀고 싶지만 막상 튀는 것 같으면 삐그덕대는, 내적 관종인 내게 잘 맞았다. 사람들 앞에서 앞주머니를 뒤적일 때 부러 주머니를 크게 벌렸다면 좀 음흉해 보이려나. '나 좀 보세요' 하는 외침은 딱 이 정도의 크기다.



돌바닥에, 잔디밭에, 흙에도 잘 내려놓고 지낸 이 가방은 왜인지 바닥 아닌 윗부분이 다 헤져 머리카락처럼 갈라졌다. '동네 독서실 다닐 때라도 써야지' 하며 가방 무덤에 묻어 놓았는데 역시 쓰지 않더라.


그동안 독서실, 회사, 도서관, 짧은 여행을 함께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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