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희가 되고 싶었다. 될 줄 알았다. 뱅헤어 스타일을 하고, 나이키 코르테즈를 신고, 사진 찍을 때 암만 수줍게 웃어도 나는 나였다. 반윤희 스타일을 포기하고 할 수 있는 한 멋쟁이가 되기로 했다. 역시나 될 줄 알았지. 스타일리시의 정석인 뿔테 안경을 썼지만 도수가 높아서 그냥 안경일 뿐이었고, 안경 줄도 샀는데 러시아 할머니가 됐다. 이 가방도 그즈음 샀을 거다. 빨간! 큰! 가방이 꽤나 멋들어질 줄 알았다.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몇 번 매지 않고, 그럼에도 멀쩡하니까 차마 버리지 못하고 둔 게 오늘 가방 무덤에서 발굴됐다.
정확히 언제 산지는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맨 날은 알겠다. 가방에서 교회 수련회 팜플릿이 나왔다. 2013년, 나는 언니를 따라 두 번째 교회 수련회에 갔다. 용돈 주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 참석했더랬다. 그래도 용돈을 삼십만 원이나 챙겼으니 큰 이득이었다. 나의 믿음은 늘 한시적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