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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Nov 30. 2020

201130

마흔아홉장, 아니 한 봉지의 잠옷


오늘의 비움, 결국 잠옷

겨울옷도 꺼낼 겸 옷장을 열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옷장을 들춰 계절 옷을 바꿔 넣는다. 자주는 아니지만 의례적으로 옷을 들춰본다는 거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옷으로 입으려고 놓은 너무 많다. 얼룩진 옷, 목 늘어난 옷, 구멍 난 옷, 촌스럽고 유난한 옷, 누가 버리듯 준 옷, 중고등학교 때 한 번 입고만 옷, 그냥 작은 옷 등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는 건 다 잠옷이다. 네 자매가 살던 집이니 오죽할까.


약 반년 전의 내가 한 번 검수한 옷이 이 정도라니. 대체 반년 전의 나는 얼마나 잠옷 성애자였으며,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나는 왜 잠옷에 대한 애정이 없는가. 괴리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나는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봉지에다 잠옷 담았다. 한 장 한 장 버리다가는 2020년이 다 가겠다 싶어 오늘은 한 봉지의 옷을 기록한다.


참 이상하지. 매년 옷을 버리는데, 또 버릴 게 산더미다. 버리는 만큼 사들이는 탓이려나. 질 좋은 옷을 사서 오래 입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이 모양이다. 아니면 더 사지 않고 지금의 옷부터 아껴 입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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