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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하루 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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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Dec 01. 2020

201201

겨울에 비우는 어그부츠


오늘의 비움, 영의정 잇템 어그부츠

장나라도 되고 싶었다. 손가락 끝으로 긴소매를 움켜잡고 총총 뛰어다녔다. 하지만 결국은 '나'였다. 걸음새는 금세 고쳤지만 긴소매를 움켜잡던 습관은 아직 남아 있다.


어그부츠에 대한 환상도 아마 장나라가 심어줬을 거다. 세상 따뜻하고 이 귀여운 어그부츠를 산 건 대학교 졸업 후였던가.   내리 사고 싶었지만, 왕발은 어디서 구두나 부츠를 사야 하는지 몰랐다. 고심 끝에 오픈마켓에서 반 사이즈 작은 것을 샀다. 이 부츠를 신고는 참 불편하고 설레며 돌아다녔다. 당시 길거리에는 나를 비롯한 다수의 영의정이 활보했다. 어그부츠에 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가리켜 그리 말했더랬지. 그중 까만색 어그부츠와 빨간 떡볶이 코트 조합이 최고였다. 그렇다. 어쩌면 우린 귀엽기보다 엄격해 보였을 거다.


엄격한 내 시절은 오래가지 못해 신발장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지금은 귀여운 것보다 멋있는 게 좋고, 또 그보다는 편한 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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