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했듯 나는 왕발이다. 오늘 비울 물건은 적어도 6년 된, 그럼에도 자주 신지 않아 상태가 양호한 워커부츠다.
워커에 꽂혀 당시 몇 개 안 되는 빅사이즈 구두 사이트를 뒤져가며 구매한 것이다.
버리기 아까워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신고 나가기로 했다. 어제오늘, 이 부츠를 신고 돌아다녔다. 삼십 분 넘게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다. 편한 것도 아니다. 구두만큼은 포용 범위가 넓어서 물집만 안 잡히면 괜찮았다. 그런데 걸을 때마다 몸이 기우뚱 기우는 느낌이고, 지퍼가 짤랑거리고 꾹꾹 인조가죽이 눌리는 소리에 온 신경이 가더라. 나는 발볼이 넓은데 이 부츠는 앞코가 뾰족하다. 불편한 신발이었다.
내 발은 260 사이즈다. 어떤 신발은 265 사이즈를 신는다. 발이 크기 때문에 맞기만 하면 일단 좋았다. 몇 개의 빅사이즈 구두 사이트를 알게 되고, 몇 켤레의 구두를 신다가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결국 발가락이 굽어서야 알게 된 게 있다. 구두를 살 때는 사이즈만큼 내 발 모양도 중요하다는 거. 아무리 기본적인, 당연한 일이라고 해서 금방 깨닫게 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