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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방 Dec 03. 2020

201203

새신을 신고 걸어보자, 으악!


오늘의 비움, 반박불가 최강불편 단화

2년 전 즈음 이 단화를 샀다. 내 눈에 멋있었고, 멋있는 사람들이 잘 신었고, 아무튼 멋있었다. 단화라고 하면 편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발뒤꿈치가 금방 너덜너덜해졌다. 무엇보다 앞코가 뾰족해서 발가락이 잔뜩 오므라들었다. 두 번째 발가락이 볼록 불거졌다. 아침에 신고 나가 저녁에 돌아올 때면 걸음이 더뎠다. 절룩, 절룩, 멈춰서 조금 쉬다가 다시 절룩. 집에 와 단화를 벗어던지고 발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련한 것, 하고 욕하면서. 더 미련한 건 며칠이 지나 다시 이 단화를 꺼내든다는 거.


아직도 내 눈엔 이뻐 보이는데 여전히 불편하다. 오늘 현관에 단화를 신었다 벗었다 하는 내게, 나만큼 잘 못 버리는 엄마는 불편하면 버리라고 했다.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해 줬다. 그럼 나도 당연히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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