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오페라의 유령>
세계 4대 뮤지컬 중 2 작품을 작곡한 작곡가가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뮤지컬<오페라의 유령>과 <캣츠>라는 두 대작을 작곡한 작곡가로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 작곡한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이다.
오페라 극장의 발레리나인 크리스틴은 공연을 앞두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프리마돈나를 대신하여 감춰두었던 노래 실력을 뽐내며 오페라 가수로서 첫발을 내디딘다.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그동안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그녀에게 노래를 알려준 이의 목소리를 듣고, 그가 어릴 적 아버지와 이야기 나눴던 음악의 천사라 믿으며 그를 따라 지하세계로 내려간다.
음악의 천사인척 크리스틴을 자신의 세계로 데리고 온 오페라의 유령은 그녀만을 위한 작품을 계속 써 내려가고, 그녀를 다시 극장으로 올려보내 최고의 디바로 만들려 한다. 하지만 주인공 역할을 내려놓고 싶지 않은 칼롯타와 그녀를 주인공으로 세우고 싶은 극장주의 욕심은 계속해서 유령을 화를 돋운다.
한편, 크리스틴은 자신을 소유하고자 하는 유령을 벗어나 첫사랑 라울에게로 가고 싶지만, 유령은 그녀가 자신을 벗어나려 할 때마다 끊임없이 음악으로 그녀를 유혹한다. 유령의 크리스틴 디바 만들기 프로젝트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무대 위 뮤즈이자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무대 뒤에서도 펼쳐졌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아내 사라 브라이트만을 바라보며, 그녀를 크리스틴으로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전작, 뮤지컬<캣츠>의 초연 공연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라 브라이트만의 역할은 '제미마'로 주인공인 '그리자벨라'를 격려하는 고양이 역할로 작품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운명처럼 각자 '앤드류'와 '사라'라는 동명의 동반자와 함께하고 있었지만, 각자의 결혼 생활을 정리한 후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뮤즈 '사라 브라이트만'을 바라보며, 작곡한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으로 크리스틴 역할로 그녀를 뮤지컬계의 디바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사라 브라이트만은 단순하게 남편을 잘 만나서 성공한 배우가 아니다. 작품 속 크리스틴의 넘버들은 당연하게도 초연 크리스틴인 사라 브라이트만의 음역대에 맞춰 작곡되었는데, 그녀의 음역대가 굉장히 넓고 높기 때문에 크리스틴의 넘버들은 뮤지컬 넘버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운명적인 두 사람의 사랑은 6년 후 이혼으로 마무리되었지만,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공연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사라 브라이트만을 자신의 '음악의 천사'라 소개한다. 이혼 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음악적 연결고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작품 자체의 매력은 어떤 부분이 있을까.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의 매력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공연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시작된다. 무대 테두리를 장식하는 화려한 조각상들과 샹들리에는 관객들을 작품의 배경이 되는 파리 오페라 극장의 관객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샹들리에 씬인데, 13m 높이의 천장에 매달려 있던 500kg의 샹들리에가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 위로 곤두박질친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무대 위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오페라의 유령의 손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작품에 더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의 음악은 단숨에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선율로 유명하다. 다수의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악역의 등장할 때면 'The Phantom Of The Opera'가 울려 퍼질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래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다른 넘버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All I Ask Of You'는 팬텀의 광기 어린 사랑이 두려운 크리스틴을 라울이 따뜻하게 안심시키는 넘버이다.
"No more talk of darkness,"
(이제 어둡고 무거운 얘기는 그만,)
...
"Let me be your freedom,
(당신을 자유롭게 해 주고,)
Let daylight dry your tears."
(따뜻한 햇살이 되어 당신의 눈물을 말릴게요.)
유령의 넘버는 쾅쾅 귀를 때리며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면, 라울의 넘버는 조용하지만 강인하게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그런 라울의 감정의 절정에 있는 넘버가 'All I Ask Of You'인데, 두 사람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라울이 크리스틴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지켜줄 것이란 안정감과 확신이 든다.
라울과 크리스틴이 함께 부르는 이 넘버가 끝나고서는 같은 선율(reprise)에 팬텀이 크리스틴을 향한 자신의 애절한 마음과 분노를 담아낸다. 감미로웠던 넘버가 팬텀의 분노로 이어지면서, 앞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이야기했던 샹들리에가 떨어지며 1막의 막이 내린다.
이렇듯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은 다방면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그렇다면 올 12월,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월드 투어에 참여한 유령과 크리스틴은 어떤 배우일까.
이번 공연의 '유령' 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는 26살이던 2011년 월드투어 공연에 '유령'역으로 참여하면서 영어 프로덕션 기준으로 최연소 유령 타이틀을 거머쥔 배우이다. 그리고 그 후, 뮤지컬<미녀와 야수>, <시카고>, <스위니 토드>의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유령의 뮤즈 '크리스틴' 역에는 지난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투어 공연에서 '크리스틴' 역으로 한국을 찾았던 클레어 라이언이 이번 공연에서도 크리스틴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녀는 클래식 발레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11세부터 배워온 오페라와 뮤지컬 트레이닝으로 호주 오페라의 디바로 성장했다. 크리스틴과 평행이론과 같은 인생을 사는 그녀가 보여주는 크리스틴은 어떤 인물일지 기대된다.
현실판 오페라의 유령이 뮤즈를 위해 써 내려간 음악은 뮤지컬의 메카인 웨스트엔드(영국)와 브로드웨이(미국)에서 1986년 개막 후 한 번도 쉬지 않고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 뮤지컬<아이다>가 최적의 소품으로 최대한의 연출을 살려내었다면,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극단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도, 이미 관람한 사람도 다시 관람해도 만족이 넘칠 수 있는 작품이라 자신 있게 추천한다. 때가 되었다.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러 극장으로 가자.
* 이 브런치 포스트는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12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