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아이다>
뉴욕의 박물관에서 이집트로, 14년간 한국 무대에서 관객을 이집트로 초대했던 뮤지컬<아이다>가 리바이벌을 위해 이번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리지널 공연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오리지널 공연을 관람하며 소름 돋고 눈물도 머금었던 관객 중 한 명으로 마지막으로 빛날 오리지널 공연을 반드시 관람해야 할 포인트를 짚어봤다.
이집트와 누비아의 전쟁이 최고조로 달했던 시대, 참전한 전쟁마다 승리로 이끄는 라다메스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와도 약혼한 사이로 이집트에서 가장 탄탄대로를 달리는 장군이다. 여느 날과 같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포로를 데려가던 라다메스는 다른 포로들과 달리 끊임없이 반항하는 아이다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그녀를 약혼녀인 암네리스에게 시녀로 선물한다.
그렇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암네리스의 시녀가 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는 암네리스에게는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주고, 라다메스와는 서로를 향해 느껴진 이유 모를 끌림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는 노예로 살고 있는 자신의 백성들을 보며, 사랑에 빠진 자신을 자책하며 라다메스를 향한 마음을 접으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쉬이 변치 않았고, 그녀는 누비아로 돌아가는 대신 그의 곁에 남는다.
파라오를 이어 이집트를 지배하게 된 암네리스는 자신의 오랜 사랑이었던 남자와 친구였던 여자의 사랑을 복수가 아닌 함께 마지막을 맞이하는 형벌을 내리고, 이집트에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관으로 돌아온 무대는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닮은 관람객이 서로에게 끌림을 느끼며 막이 내린다.
뮤지컬<아이다>는 완벽한 뮤지컬 요소 2가지를 모두 갖춘 작품이다. 첫 번 째는 당연히 음악이다. 뮤지컬이라면 당연히 음악이 좋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아이다는 좋은 것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관객을 이집트로 보내버린다. 이집트 음악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Fortune favor the brave'와 'Dance of the robe' 같은 넘버를 듣고 있다 보면 '아! 이집트 음악은 이런 거 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 음악은 우리에게 한 번 더 반전을 준다. 이집트 음악이라 생각했던 넘버들은 사실은 전작 애니메이션 영화<라이온 킹>을 작곡한 엘튼 존이 아프리카 음악에 매력을 느낀 부분이 뮤지컬<아이다>까지 이어진 것이라 한다. 아프리카 음악이 되었든 이집트 음악이 되었든, 뮤지컬<아이다>는 관객들의 3시간을 한국이 아닌 신비한 나라로 보내버리는 매력적인 음악을 가졌다.
두 번째는 무대이다. 관람한 작품 중 무대를 가장 잘 쓴 작품을 꼽으라면 뮤지컬<아이다>를 선택할 정도로 무대를 잘 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여 공연을 앞 열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다는 반드시 15열 이후를 예매할 정도로 무대를 정말 잘 쓰는 작품이다.
하지만 반전은 뮤지컬<아이다> 무대 연출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한 무대장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무대 연출의 매력은 천과 조명 그리고 배우들이다. 작품 속에서 이러한 간결한 구성으로 연출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넘버는 'Another Pyramid'이다.
이집트를 지배할 야욕을 가진 라다메스의 아버지 조세르의 야망을 표현 한 넘버인데, 이 넘버의 무대에는 아무런 무대 장치도 없이 조명과 조세르의 부하들의 안무만으로 무대가 채워진다. 배신자를 처단하는 장면에서 조세르의 지휘와 음악에 맞춰 절도 있는 안무를 선보이는 그의 부하들의 움직임과 긴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완벽한 조명 전환은 관객들의 손의 땀을 쥐게 한다.
멋진 대화 위트, 믿을게 못돼!
매너, 교양 으음! 그것도 필요 없지.
그러니 내면 말고 외모만 봐줘!
내가 입은 옷! 그게 나야!
이 작품의 매력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작품에서 아이다보다 시선을 끄는 캐릭터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이다. 그녀는 대표적인 넘버는 'My strongest suit'이다. 극의 초반 자신의 드레스가 곧 자신이라며 라다메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암네리스가 화려한 패션쇼를 여는 넘버가 대표적인 넘버인데, 파라오 밑에서 정말 철없이 순수하고 밝게 자란 암네리스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넘버이기도 하다.
그렇게 철없던 공주는 라다메스에 대한 오랜 사랑과 지도자의 운명에 대해 아이다와 나눈 대화를 통해 성장하게 되고, 극이 막을 내릴 때 그녀의 모습을 보면 이집트의 좋은 왕이 되었을 것이란 확신이 들 정도로 캐릭터의 성장이 도드라지는 캐릭터이다.
우리의 복잡한 인생들
야망들로 가득해
그 속에서 우리들의 사랑
어떻게 살아있을까
마지막으로 살펴볼 캐릭터는 이 작품의 연인 아이다와 라다메스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사랑으로 운명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승승장구하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버지가 꿈꾸는 이집트의 왕이 아닌 이 나라 저 나라를 누비는 장군으로 계속 살고 싶은 꿈을 가진 라다메스에게 아이다는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며 그의 꿈을 응원해준다.
그리고 공주에서 노예로, 거기에 백성들의 지도자 역할까지 도맡은 아이다에게 라다메스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녀를 누비아로 돌려보내 주고자 하는 남자다. 극에 몰입하여 보다 보면, '역시 인생은 쉽지 않다'란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힘든 인생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향해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마음과 선택, 사랑이 관객들에게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썸 탄다는 말에 이어, 사귀다도 아닌 삼귀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이 시대에 두 사람의 사랑은 어쩌면 '저렇게까지?'라 생각될지 모른다. 어제, 오늘, 내일이 비슷한 현재와 매일 벌어지는 전쟁으로 내가 살아 있을지 확신도 들지 않는 아이다와 라다메스 시대의 하루는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때일수록 우리 안의 감성을 더 불어넣어야 한다. 계속해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며, 한 번쯤 자신의 모든 걸 던져 사랑해본다면 생의 마지막 눈 감는 순간 그 기억에 취해 다음 생을 기대해보며 눈감을 수 있지 않을까.
* 이 브런치 포스트는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11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