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위니 토드>
티키타카.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의 전술이지만, 최근에는 틱, 탁, 틱, 탁 대화의 호흡이 찰떡같이 맞아떨어질 때 사용하는 유행어다.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 대화가 곧 '티키타카'인 뮤지컬 <스위니 토드>가 올가을 돌아온다.
소름 끼치는 날카로운 기계음으로 시작되는 공연은 섬뜩한 이발소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권력층은 막강한 힘을 휘둘렀고, 평범하디 평범한 이발한 벤자민 바커는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탐하는 터핀 판사에 의해 누명을 쓰고 추방당한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후, 그는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발소로 돌아온다.
이발소 아래층에는 런던에서 가장 맛없는 러빗 부인의 파이가 팔리고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벤자민 바커를 홀로 짝사랑하며, 그의 집안이 풍비박산 났을 때도 바커의 면도칼을 소중히 챙기어두며 돌아올 리 없는 그를 마음속에 묻어둘 정도로 사랑했다. 그런 그녀 앞에 15년 만에 그가 돌아왔다. 그는 복수를 꿈꿨고 그녀는 그와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입만 열면 복수라는 단어가 나오는 인간 '복수' 스위니 토드는 기어이 사람을 죽이는 사고를 치고, 시체 처리에 대해 함께 논의하던 러빗 부인은 요즘 고깃값이 비싸니 자신의 파이에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자 제안한다. 그렇게 새로운 재료가 첨가된 러빗 부인의 파이는 날개 돋친 듯 팔려 간다.
복수심에 면도칼로 사람을 죽이는 이발사와 그 시체로 파이를 굽는 베이커리 여주인. 도시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팀 버튼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기도 했다. 스위니 토드 역에는 조니 뎁이 러빗 부인 역에는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와 노래를 소화한 영화는 어두운 흑백화면과 대비된 낭자한 빨간 피는 잔혹함을 진하게 더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취향이 아니라고 단언하지 말자.
한국에서 공연된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초연은 영화처럼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살려냈지만, 2016년 새하얀 3층짜리 무대와 함께 돌아온 재연에서는 어두운 스릴러적 면모보다는 블랙코미디적 요소에 집중했다. 거기에 한국 정서와 한국어에 맞게 번역된 대사는 관객들을 런던의 이발소로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고소하면 더 좋은 살인범 파이도 죽여주지.
후, 하나 또 있어!
그건 바로 선거 때 별미인
정치인 뱃살 파이."
"뻔한 거지 뭐,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맛!"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넘버 'A Little Priest'는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티키타카의 절정을 보여주는 넘버이다. 시체로 파이를 만드는 말도 안 되는 동업을 시작한 두 사람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파이로 만들었을 때 어떨지에 대해서 대화를 주고받는다.
"It's priest. Have a little priest"
(이건 신부예요. 조그마한 목사를 드셔 보세요.)
"Is it really good?"
(이게 진짜 맛있다고?)
"Sir, It's too good, at least"
(그럼요. 최소한 맛은 있어요!)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이 넘버는 원작에서는 'priest'와 'least'의 발음과 ‘little’과 ‘least’의 의미를 맞춰 재미를 돋구지만, 가사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라임이 맞지 않고 흥미는 생길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사를 2016년 재연 공연에서는 "공무원 어때? 아주 든든해." "꽉 막혔잖아." "그래도 엄청 잘 나가. 실속 넘치는 안전빵이라"라고 관객들의 웃음이 빵 터지는 라임이 가득한 가사로 바꿨다. 하지만 가사 중 가장 재밌는 하이라이트는 공개하지 않았으니, 공연장에서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신혼부부 파이에는 어떤 재료가 더 필요할지 확인하길 바란다.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는 뮤지컬<스위니 토드>의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은 곡명으로 더 익숙할지 모른다. 김연아 선수가 소치 올림픽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였던 ‘Send in the Clowns’를 작곡한 작곡가가 바로 손드하임이다. 그리고 영국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있다면, 미국에는 손드하임이 있다고 할 정도로 그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작곡가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들을 작곡했다면, 스티븐 손드하임은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음악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릴 적 수학자를 꿈꾸던 손드하임은 작곡을 할 때도 음표 하나하나의 의미를 담아 악보 상으로도 완벽한 곡을 만들어냈다. 그중 2막을 여는 넘버인 'God, That's Good'는 러빗 부인의 파이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손님들이 북적이는 장면인데, 그는 20명 손님의 맥주잔을 내려놓는 동작부터 각 캐릭터의 행동까지 계산하며 이 곡을 작곡했다.
더불어 그는 인물들의 각기 다른 생각을 불협화음으로 음악 안에 담아냈다. 넘버 'Pretty Woman'에서 터핀 판사는 조안나에게 멋있게 보이고자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를 찾는다. 토드가 면도를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함께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터핀 판사에게 아름다운 여자는 면도가 끝나고 만날 토드의 딸 조안나라면, 토드에게 아름다운 여자는 터핀 판사에 의해 희생당한 자신의 아내 루시이다. 보통 뮤지컬에서 한 노래 안에서 두 인물이 노래를 부를 때, 화음을 맞추며 가사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손드하임은 생각이 다른 그들만큼 두 사람의 노래는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으로 풀어진다.
이처럼 뮤지컬<스위니 토드>는 대사부터 노래까지 배우 간의 티키타카가 중요한 작품이다. 그 때문에 배우들의 조합별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6년 관람한 재연에서 스위니 토드 역을 맡았던 양준모 배우의 스위니 토드는 ‘다 필요 없고, 오직 복수!’였다면, 조승우 배우의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다가도 다시 ‘복수’에 눈빛이 반짝이며 ‘복수’에 대한 집착을 가진 캐릭터를 보여줬다. 그리고 전미도 배우의 러빗 부인은 종종 복수에 날뛰는 토드를 무서워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토드’라면, 옥주현 배우의 러빗 부인은 ‘다 필요 없고, 오직 토드!’라 느껴져 같은 배역이지만 배우마다 해석이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이번 시즌에서는 지난 시즌을 함께 했던 배우들과 새로이 캐스팅된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어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이 무대 위에 오를지 기대를 더 한다. 터핀 판사를 죽일 생각에 완벽한 휘파람을 불었던 조승우 배우가 스위니 토드로 돌아오고, 토드 만을 향한 광기 어린 사랑을 보여준 옥주현 배우가 러빗 부인으로 공연에 함께한다. 그리고 2007년 초연에서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에서 일하는 ‘토비아스’로 열연을 펼쳤던 홍광호 배우가 스위니 토드 역으로 캐스팅되며 극에 대한 깊이를 더해줄 예정이다.
새로운 캐스팅으로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두 인격을 가진 지킬 박사를 열연한 박은태 배우가 스위니 토드 역에,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에 스며드는 매력을 보여준 김지현 배우와 걸그룹 '천상지희'에서 이제는 뮤지컬 배우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린아 배우가 러빗 부인 역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완벽히 한국화된 대사, 손드하임의 계산된 음악, 티키타카가 기대되는 배우들의 연기까지 올가을과 겨울을 책임질 뮤지컬<스위니 토드>를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 이 브런치 포스트는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10월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