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소설과 뮤지컬 속 여주인공의 차이

같은 미나, 다른 선택

by 소뎡


어떤 노래에 꽂히면 그 곡만 계속 무한 재생하는 편이다. 요즘은 뮤지컬<드라큘라> 시츠프로프 영상을 보고 'The Mist', 'At Last', 'Fanale' 이 세 넘버에 꽂혀, 일단 집에 오면 일단 재생부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공연이 너무 다시 보고 싶어서 예매 창은 들락날락거리고 있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일단은 공연과 소설을 추억해보는 것으로 참아보려 한다.


* 시츠프로프(sitzprobe) : 공연 전, 오케스트라와 합을 맞춰보는 연습



뮤지컬<드라큘라>는 원작 소설을 재해석한 영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1992년 제작된 영화<드라큘라>는 저 시대에 이 정도 연출과 효과가 가능한가 하는 감탄과 함께 엄청난 캐스팅을 선보인다.


드라큘라 역은 '게리 올드만'이 드라큘라의 사랑 미나는 '위노나 라이더'가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조나단은 '키아누 리브스'가 역할을 소화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드라큘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400년 전 왕자였던 드라큘라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다. 드라큘라의 아내 엘리자벳은 그가 죽었다는 오보를 듣고 자살하고, 신을 위해 전쟁에 참여했으나 가혹한 운명 앞에선 드라큘라는 신을 저주하며 뱀파이어의 왕으로 군림한다.


그리고 현재의 드라큘라는 환생한 엘리자벳인 미나를 찾기 위해 트란실바니아에서 런던으로 이주하려 한다.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된 조나단 하커는 미나의 약혼자이다. 조나단의 도움으로 런던에 오게 된 드라큘라는 미나의 곁을 맴돌며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그녀 역시 그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지만, 이미 조나단과 약혼한 미나는 그를 밀어낸다.


그렇게 그녀의 곁을 맴돌던 드라큘라는 400년 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미나에게 들려주고, 그녀는 이야기 속 엘리자벳이 자신임을 깨달으며 그동안 느꼈던 알 수없었던 끌림의 이유를 깨닫게 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에 젖는 것도 잠시, 드라큘라를 처단하려는 조나단과 반 헬싱 교수의 노력은 그를 턱 밑까지 쫓아온다. 이렇게 쫓기는 삶을 미나에게도 줄 수 없다 생각한 드라큘라는 그녀의 손에 의해 자신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반면 소설 속에는 미나와 드라큘라의 사랑은 없다. 그는 철저히 악인으로 표현된다. 다른 목적은 없다. 런던을 정복하기 위해 트란실비니아를 떠난다. 그의 이주를 돕기 위해 런던에서 조나단이 백작의 성에 도착하고 성에 갇히는 것까지는 영화, 뮤지컬과 같은 스토리 라인을 가진다.


하지만 드라큘라를 처단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군단이 다르다. 영화와 뮤지컬 속에서 미나는 드라큘라의 오랜 사랑으로, 현재의 사랑과 전생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만 묘사된다. 반면 소설 속의 미나는 드라큘라와 사랑을 나누지 않는다. 약혼자에서 남편이 된 조나단과만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소설 속 그녀는 드라큘라를 처리하기 위한 군단의 브레인으로 활약한다. 그녀는 드라큘라의 성에 갇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조나단을 돌보러 윗비 베이로 달려가고, 건강의 회복한 그와의 결혼으로 행복했지만,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드라큘라의 다음 목표물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황에 굴하지 않고, 드라큘라에게 물린 자신이 드라큘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드라큘라를 파멸로 이끄는 중심인물로 맹활약한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미나는 연인으로써의 매력이 전부였다면, 소설에서는 지적이며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되려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드라큘라도 사랑꾼이 아닌 완벽한 악인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독자도 미나와 함께 드라큘라를 무찌르는 편에 함께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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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의 의미


책과 뮤지컬 공통적으로 드라큘라의 흡혈에는 차이가 있다. 일방적으로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리게 되었을 때는 기운이 쇄하지만, 드라큘라에게 흡혈을 당한 사람이 그의 피를 마셨을 때는 함께 뱀파이어가 된다는 차이가 있다. 드라큘라에게 물린다고 모두가 다 뱀파이어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드라큘라의 흡혈은 성적 메타포로 활용되곤 한다. 소설 속 드라큘라는 여성을 대상으로만 흡혈을 한다는 점이 약한 대상을 상대로 흡혈하는 이유도 되지만, 성적인 요소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드라큘라 백작의 흡혈 장면들이, 뮤지컬에서는 미나가 드라큘라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Mina's Seduction'에서 피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 섹슈얼하게 그려졌다.




돌아서기엔 너무 멀리 왔어,
그댈 위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어


전생과 현재의 사랑 속에서 혼란스러운 미나의 방에 드라큘라가 찾아오고, 고민 끝에 그녀는 그를 자신의 방으로 들이고 피를 나눈다. 무언가의 홀린 듯 몽롱한 상태에서 이성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은 드라큘라를 받아들여 400년의 기다림을 끝내는 격정적인 사랑을 '미나' 역은 조정은 배우가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 배우가 훌륭하게 소화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지옥을 향한 첫걸음,
영혼을 팔아 그대 곁으로
...
때늦은 확신에 이제야 행복해
영원히 그대와 죽음이 없는 삶,
죽음이 없는 사랑



소설과 뮤지컬의 결말은 어떨까. 소설에서는 드라큘라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처단되는 점에 '이러려고 내가 상, 하권을 읽었나' 맥이 빠진다면, 영화와 뮤지컬의 결말은 충분히 공감가지 않는 점이 아쉽다.


드라큘라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나를 기다려왔다. 긴 시절 한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려온 드라큘라가 그동안 미나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한 번도 생각을 못해본 게 이해되지 않는다. 대체 400년 동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산건가. 그럴 거였으면 미나가 조나단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으면, 미나와는 짝사랑을, 엘리자벳과는 전생의 사랑을 간직하며 살면 되는 게 아녔나란 생각도 든다.


그렇게 위대할 뻔했던 드라큘라의 사랑은 미나에게 모든 걸 포기하라며 우리의 사랑이 최고라더니, 막상 그를 선택했더니 '이젠 사라지겠다' 거려서 '???'한 캐릭터로 드라큘라를 만들어버린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영화와 뮤지컬보다는 소설 속 드라큘라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라 느껴진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한국에 오면 사랑이야기를 끼워 넣듯, 한국에 와서 사랑 이야기가 끼워진 건 아니지만 굳이 드라큘라와 미나가 사랑을 했어야 했나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뮤지컬은 역시 음악이다. 루시와 미나가 드라큘라에게 유혹당하고 유혹하는 넘버는 홀린 듯 잔잔하게, 반헬싱 군단이 드라큘라를 쫓는 넘버와 드라큘라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넘버는 강렬하게 작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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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설의 매력을 하나 더 이야기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소설은 일기, 녹음, 편지 등 다양한 정보를 짜깁기한 형태로 쓰여져, 드라큘라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기록처럼 느껴진다. 이제 책을 펼쳐 미나, 조나단과 반헬싱 박사와 함께 드라큘라를 잡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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