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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Sep 10. 2020

아들 친구를 집에 초대하는 일

이제는 자주 초대할게 ' -'♡

내 아들 지후는 초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열 살이다.

지후가 나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 중에 하나는 자신은 친구들을 우리 집에 데려올 수 없다는 것과 생일파티를 한 번도 친구들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있다. 우선 생일파티는 지후가 3월 생 인데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지금까지는 생일 즈음해서 파티를 해도 데려올 만큼 친한 친구들을 사귀지 못했었고 그와 더불어 파티를 할 만한 장소도 확보하지 못했었다.


학교와 우리 집까지는 거리가 꽤 있다. 따로 스쿨버스도 없어 태권도 학원 차량이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다.(여건상 인근 학원들이 등하교를 책임진다) 우리 집은 빌라인데 공단지역이라 뭐가 있는 게 없다. 거기다 빌라마저 부실 공사된 건물이라 하자도 많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땐 집이 대리석 바닥에 흰 벽돌에 꽤 깔끔하니 이쁘고 괜찮았는데 지금은 내려앉기 일보직전이랄까. 그러다 보니 누군가를 이 집에 초대를 한다는 것이 꺼려지기 시작했다.


지후가 자라고 자전거가 생기고 이 놈이 길을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네에 놀러를 다니기 시작했다. 한 가지 좋은 건 우리 집 바로 옆이 강변이라 아이들이 길 건너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다니기는 좋은데, 어제도 우르르 몰려와 우리 집 앞에 섰다가 지나갔다. 내 아이와 노는 그 아이들 목소리가 너무 이쁘고 반가운 나머지 자리에서 번쩍 일어섰음에도 섣불리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할 용기가 나질 았다. 달리 줄 것이라곤 물 밖에 없는 데다 예전 생각이 나서 주저하다 그냥 아이들을 문 앞에서 보냈다.


지후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지 싶다.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이들끼리 우리 집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있고 심지어 냉장고 안까지 보이며 먹거리까지 소개했다. 그러곤 "우리 집에는 이런 것도 있는데 너희 집에는 이런 거 없어?"라는 자랑 배틀로 이어졌다. 지후는 항상 전화를 끊고 나면 어떤 게 갖고 싶다며 투정 부리기도 했다. 지후의 투정은 곧 이 주거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우리 부부의 투정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당장 녹록지가 않았기에...


남편은 공장에서 철판을 잘라와서 혼자 베란다 보수를 맡아서 하였고 나는 지후 방 면은 책장으로, 한 면은 시트지로, 한 면은 전지와 지도를 이용하여 어쩌면 조금 조잡하고 난잡스러웠지만 도배 대신 꾸며보았다. 정신없긴 했지만 뭐 나름 나쁘지는 않다. 공부하는 학생방 답다는 위안을 삼으며. 오늘 지후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엄마표 음식 솜씨 발휘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과 함께 모두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니 책을 한 권씩 읽혀서 보낼까 어쩌까 나름의 계획을 세워보다 그냥 녀석들 즐겁게 먹고 놀다 가도록 나도 자리를 비켜주어 즐겁게 노닐었다. ㅎㅎ


그래, 사람 사는 집은 다 거기서 거기일 텐데 혼자만의 아집과 생각으로 아이의 작은 바람을 내가 무너뜨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엄마, 오늘 재밌고 음식도 맛있었어" 라고 환하게 웃는 지후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동안 내 안의 그릇된 잣대를 가지고 있었음을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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