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성당과 데린구유

하느님이 정말 좋아하시는 곳은?

by 김성수

터어키 이스탄불에 있는 소피아 성당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성당이기도 하지만 지어진 연대를 생각하면 그 규모나 예술성이 세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모에 있어서 로마 베드로대성당이나 예술성에 있어서는 스페인 가우디성당에 손색이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앞선 6세기에 지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감동은 더욱 커진다. 그러기에 현존하는 세계7대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라고 한다. 더구나 이슬람의 치하에서 더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역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소피아 대성당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스럽다. 비록 성당 본래의 모습은 손상이 있었지만 그 신비성이나 예술성에 있어서는 세계의 어떤 성당보다 뛰어날 것이다.


데린구유는 터어키 카파도키아에 있는 지하교회이다. 초기 기독교 박해와 이슬람 세력의 박해를 피해 지하에 인공 동굴을 파고 숨어 신앙생활을 한 역사의 현장인데 그 규모와 깊이만큼이나 당대의 깊은 신앙심을 실감할 수 있는 성지이다. 데린구유는 '숨겨진 우물'이란 뜻이라고 하는데, 갑자기 사라진 닭을 찾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우물 옆을 깊이 파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히 입구를 만들어 놓고, 바위를 지하 8층까지 파고 들어가 얼기설기 통로와 출구와 미로와 회당과 주방, 창고와 축사와 심지어 침입자를 잡기 위한 함정까지 만들어 놓은 구조에 경탄과 감동을 금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을 바친 깊은 신앙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것은 신앙심 이상의 치밀한 과학적 지식과 강인한 끈기와 체력까지 갖추어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한 시대에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대를 잇는 처절한 신앙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다. 근처 파샤바에 있는 버섯바위를 뚫어 수도원을 꾸민 신앙도 대단하지만 지하로 뚫고 들어간 데린구유에 비하면 그 굴의 길이나 깊이의 차이만큼이나 감동이 다르다.


터어키 관광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유적은 단연 소피아대성당과 데린구유였다. 그런데 이 둘은 같은 초기 기독교 유적이면서도 아주 대조적이어서 그 감동도 같지 않다. 소피아대성당은 그 규모나 예술성에서 단연 압권이다. 6세기의 건축술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웅장하다. 하늘까지 솟아 있는 웅장한 돔 안에 찬란히 빛나는 성화들은 온통 신의 영광으로 가득하다. 노아의 방주에서 가져왔다는 거대한 문짝과 맨진맨질 닳아버린 대리석 문지방과 제단에는 깊은 신앙심이 그대로 녹아있다. 나도 모르게 그 신비한 위엄에 숨조차 쉬기 어려운 경외심이 들었다. 그에 비해서 데린구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깊은 지하의 암흑이었다. 그래도 그 규모에 있어서는 놀랄 만하지만 소피아성당과는 애초부터 비교가 되지 않으며, 예술성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소피아성당이 그 규모에 압도되어 허리가 절로 굽어진다면 데린구유는 허리를 잔뜩 굽히지 않으면 머리가 천정에 부딪칠 정도로 궁색하다. 소피아에서는 신의 영광이 찬란히 드러나 있지만 데린구유에는 핍박과 고통의 모습만 숨어있을 뿐이다. 소피아성당에는 천당이, 데린구유에는 지옥의 모습이 재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데린구유에서 소피아성당 이상의 뭉클한 감동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피아 성당은 압도하는 위엄으로 인간을 스스로 굴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데린구유는 신의 위엄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신을 찾아서 굴복하게 한다. 땅 위에서는 감히 하늘을 우러러 무릎조차 꿇을 수 없어 땅을 파고 들어가 가장 낮은 곳에서 신께 경배했던 것이다. 소피아 성당의 신자들은 위엄에 눌려 두려운 신앙생활을 했다면 데린구유의 신자들은 스스로 어둠 속으로 파고 들어가 기쁨에 넘치는 신앙생활을 했을 것이다. 소피아성당에서는 왕이나 귀족들이 현세의 소망을 빌었을 것 같고, 데린구유에서는 핍박받는 가난한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기도드렸을 것 같다. 그래서 소피아대성당에서 느끼는 감동과 데린구유에서 느끼는 감동이 같지 않은가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소피아 대성당은 흔히 볼 수 있어도 데린구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느님이 진정 좋아하실 곳은 어디일까?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