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Education은 동의어가 아니다.
교육과 Education을 동의어로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 바로 여기에 우리 교육의 난맥상이 들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주의, 인본주의에 바탕한 서구의 사고에 치우쳐 우리의 전통적인 교육사상을 잊은 듯하다. 근대 서구의 Education이 人性, 소질계발에 중점을 둔 데 비하여 우리의 敎育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적응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므로 이 두 용어는 본질에서도, 방법론에 있어서도 다른 것이었다. 인본주의나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면 서구의 근대교육 이론이 더 바람직하겠지만 사회적 敎化의 전통이 뿌리 깊었던 우리의 교육방식은 그 지향점이 따로 있었다. 흔히 생각하는 대로 Education을 번역한 것이 교육이 아니라 일찌기 맹자가 교육이란 말을 먼저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루아침에 서구의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본질을 포기하는 위험한 짓이다. 당장 체벌 문제만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교육의 전통을 너무 쉽게 포기한 예이다. 서구적 사고의 영향으로 ‘사랑의 매’ ‘매는 情이요, 꾸짖는 것은 사랑이다’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체벌을 무조건 폭력으로 규정하거나 일방적인 체벌 불가론은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근대 교육 이후, 우리는 Education의 관점에서 개인의 적성, 흥미 교육을 일방적으로 강조해 왔다. 마치 그것이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 그러나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생활의 적응력’을 길러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성, 흥미를 강조하는 Education은 개인적 차원의 사고이고, 적응력을 강조하는 敎育은 사회적 차원의 사고이다. 개인적 차원의 사고는 사회적 차원의 기반이어야지 그것을 능가해서는 본말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사회에의 적응력은 무시된 채 개인의 적성만 일방적으로 강조되었던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설령 '사회'가 지나치게 강조되었던 과거 우리 교육에 개선이 필요하더라도 일정한 과도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개혁은 순조로울 수 없다. 갑작스러운 서구 교육이론의 적용은 우리의 전통을 일시에 이 무너뜨려 교권추락과 교단붕괴, 나아가서 교육위기론까지 초래하고 있다. 체벌과 위압이 옳다가 아니라 체벌금지를 위해서 교권을 부정하거나 교사가 오히려 위압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시행하는 교육은 개인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국가에서 계획한 교화행위이다. 교육의 대상은 학생이요, 교육의 주체는 교사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우선이 정당화 된다든지, 교권은 무시되고 학습권만 강조된다든지, 교육의 대상이 오히려 교육의 주체를 압도한다면 이는 본말전도, 주객전도가 틀림없다.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주의, 이기주의가 아니라 사회의 행복을 위한 계획적 행위여야 하고, 교육의 주체는 엄연히 사회와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人間과 人格을 분명히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인격은 인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인위적이요, 의도적인 교육적 결과이다. 인간은 개별적, 자연적 의미임에 비하여 인격은 사회요구 수준의 차원이다. 格은 품격, 등급, 수준의 정도를 의미한다. 인간은 개인의 타고난 자질을 유지하는데 그치지만 인격은 인간의 모범이 되어야 할 요구수준이다. 교육은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즉 인격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Education은 인간에 중점을 둔 것이고, 敎育은 인격을 중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격과 인간’은 ‘敎育과 Education’의 관계와 같을 수 있다. 인간과 인격의 관계를 상호보완의 성격이라고 한다면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인격의 교육을 제쳐놓고 인간의 Education에만 집착해 온 것이 아닐까?
우리는 늘 민주주의를 지상의 목표로 생각하거나 전체주의나 사회주의를 혐오의 대상으로 말하지만 그것들도 결국은 '사회'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는 하위개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위해서, 더구나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사회’라는 상위개념을 깨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즈음 민주주의를 개인주의와 혼동하거나, 개인의 행복이 사회의 행복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그것은 개인주의, 이기주의일 뿐이지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개인의 행복이 모이면 사회의 행복이 된다는 생각은 개인주의의 이상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전체주의는 조직사회를 위해서 개인의 행복이 무시되지만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행복이다. 그러러면 행복은 개인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자유를 ‘내 마음대로’라고 생각하면 사회는 잠시도 유지될 수 없다. 신호등을 ‘자유, 내 마음대로’라고 한다면 교통질서는 무너지고 만다. ‘나보다는 타인의 자유를 생각해야 나의 자유도 보장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소홀히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전통적 가치인 敎育은 무시되고 서구의 Education만 강조되어 온 결과가 쌓여 오늘날의 가치관 혼란을 야기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세대들은 이미 Education적인 가치관에 기울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충실했던 것도 아니다. 우리의 Education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심어 주었지만 정작 그 핵심인 적성, 흥미개발에는 실패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敎育은 잃어버리고, 새로 들어온 서구의 Education에는 실패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