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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Oct 25. 2020

교육 대란(大亂)

교육이 잘못되면 만사가 잘못된 것이다. 

  젊은이들한테는 생소할 ‘산아제한’이 중요한 인구정책이었던 우리는 원래 인구과밀을 걱정했던 나라였다. 좁은 땅에 인구밀도가 세계적이어서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기 어려웠던 인구난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줄어들어 벌어지는 인구난이 심각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실제로 인구가 적어서가 아니라 경제적 생산인구가 적어서 문제이다. 지금 청년실업자가 넘쳐나서 구직난(求職難)이라고 하지만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일꾼이 모자라는 구인난(求人難) 역시 심각하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필요한 사람은 없는 것이다. 구차한 핑계만 찾지 말고, 왜 이런 희한한 모순이 벌어지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난국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이유를 교육의 실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량이 부족해서 문제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교육 과잉, 교육 인플레가 문제이다. 교육의 주요한 기능의 하나는 모든 국민이 사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그 역할은 일자리를 얻는 것에 있다. 일자리도 다양한데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고급스런 자리만 겨냥해서 이루어졌다. 너도나도 다투어 집안 살림을 기울여가면서 대학교육을 시켰지만 원하는 일자리는 한정되었고, 정작 다수의 인력이 필요한 힘든 일자리에 맞는 일꾼은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 고급 일자리는 구직난이 되고, 힘든 일자리는 구인난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구인난의 대안이라는 것이 우리 실업자를 젖혀놓고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는 것인데 이는 코 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구직난을 더욱 악화시키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다. 넘쳐나는 젊은 실업자를 방치하면서 외국인 인력을 마구 들여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요,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이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국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의 노동력과 저임금만을 노려 외국인 노동자를 마구 들여오는 것은 얄팍한 우월주의 발상이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로 무작정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이주민까지 늘어나고 보니 혼혈국민까지 늘어 이제는 단일민족이라는 긍지마저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한 때의 노동력 부족으로 하여 단일민족이라는 역사를 쉽게 포기하기에는 너무 크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현실에 매몰되어 국가적, 민족적 가치를 망각하는 우리의 역사의식이 걱정된다.

  지금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목전의 이익에 급급해하는 경제정책보다 백년대계인 교육의 정상화이다. 적절한 설명인지 모르겠지만 국가에 필요한 국민은 세 가지 유형이 있으니 그것은 인력, 인재, 인물이다. 人力은 노동력으로서의 국민, 人材는 중간 관리역으로서의 국민, 人物은 고위 지도층으로서의 국민을 말한다. 이 세 유형의 국민이 균형 있게 필요한데 우리의 교육은 다수가 필요한 인력에는 안중에 없었고, 인재와 인물 키우는 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인력이 인재, 인물 역할을 할 수 없듯이 인물, 인재가 인력의 일을 할 수 없는 일이다. 동의할지 모르지만 국가경영으로 보아서는 사람을 부리는 인재가 따로 있고, 부려지는 인력이 따로 있는 법이다. 우리의 교육은 그동안 사람을 부리는 인재와 인물만을 양산해왔다. 그 결과로 수요가 한정된 고급 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인물과 인재들은 쓸모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백수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궂은일은 하려고 하지 않고, 그 중의 상당수는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경제 불황이 오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청년 미생들이 쌓여 있었다. 우리의 교육은 결국 쓸모없고, 무능한 국민을 양산하고 말았고, 인력이 필요한 노동현장에서는 일꾼을 구할 수 없는 인력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왕벌과 교미하기 위해서 수펄이 되었지만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쓸모없는 존재인데 우리는 그동안 이런 수펄만 양산해 왔던 것이 아닌가? 단기 직업훈련으로 충분한 단순 기능 인력도 구태여 대학과정으로 만들어 막대한 국력 낭비를 하는 것은 수펄의 비극을 되풀이 하는 짓이다. 육체적 힘을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학교육은 도움은커녕 오히려 부적응자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육에 전력투구를 해 왔으면서도 정작 필요한 인재양성에는 실패하여 개인이나 국가의 이익을 도모하기는커녕 사회구조를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교육의 실패이다. 오늘날의 모든 경제난, 취업난, 구인난, 인구난, 주택난 등의 사회문제는 모두 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을 백수의 시대, 미생의 시대라고 한다. 부모덕에 대학은 나왔지만 무능력자가 되어 할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독립은커녕 부모 밑에 빌붙어 사는 캥거루 신세를 면치 못한다. 경제자립을 포기하고서 결혼 포기는 피할 수 없고, 자연히 가정 포기, 육아 포기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이다. 개인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일부의 젊은이들은 실제로 나라와 민족에 대한 미련이 없어 북한이 동족이라는 사실마저도 거추장스럽게 여긴다. 이러다가는 필경 나라와 민족의 포기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청년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즈음 중․고생 절반은 결혼을 안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예 결혼 않기로 작정한 비혼주의자도 늘어가고 있다. 민족의 장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들이 이렇게 패배의식과 무기력에 젖어서야 그 책임은 교육이 져야 하며, 이는 교육난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敎育大亂(교육대란)이다. 

  난難난이 겹치면 란亂이 되는 법이고, 그러다 보면 망亡하는 것이다. 그럴 리 없지만 외국의 권위 있는 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금세기 안에 사라질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민족의 大亂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이 민족대란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니 그 대책이 있을 수 없다. 모두들 경제 불황, 적폐청산, 북핵만 가지고 정신이 없는데 교육대란에 비하면 이것들은 작은 문제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十年植樹 百年植人십년식수 백년식인이란 말이 있다. 고리타분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이요, 백 년의 계획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진리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데에 근간이 되는 일은 인재양성이요, 산업육성이다.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가 우선이나 인재가 양성되어지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는 법이므로 교육이 더 중요하다. 구태여 수치로 그 중요도를 말한다면 주먹구구로도 10대 100이다. 모든 국가 시책은 당연히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거꾸로 교육이 온통 경제에 맞추어져 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한 교육이요, 먹기 위해 사는 것이다. 전혀 틀리는 말은 아니나 옳은 말도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 모든 것을 건다면 인생이 천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사태는 교육대란에서 비롯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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