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교육

목적 없는 교육은 의식 없는 인간을 만든다.

by 김성수

가만히 보면 우리 생활에서 ‘왜’라는 본질적인 물음은 없고, 방법과 요령만 따지는 ‘어떻게’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방법도 중요하지만 본질이 무시된다면 근본이 흔들리는 일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본질적인 물음인 ‘왜 사는가?’에 대한 성찰보다는 지엽적인 ‘어떻게 사느냐’에만 골몰하고, ‘어떤’ 사람에는 관심이 없고, ‘무엇’이 되느냐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눈앞의 ‘목표’에만 급급하다 보니 장기적인 ‘목적’은 없고, 천박한 단견과 방편적이고, 편의적인 가치관만 난무하게 되었다. 이는 목적의식 없는 교육, 철학 없는 우리 교육의 결과일 것이다. 목적, 철학이 없는 교육이란 왜 교육을 해야 하고, 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물음이 없었다는 뜻이다. 우리의 교육은 선진국에서 그렇게 하니까,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무엇보다도 우선 출세를 해야 하니까 따라서 하는 흉내내기 맹목적인 교육이 아니었을까?

과거 국민교육헌장이란 것을 만들어 놓고, 전 국민에게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라고 강요했던 적이 있었다. 능률과 실질이 비능률과 허세보다는 낫겠지만 그것이 능사도 아닐뿐더러 그것을 숭상까지 해서야 본질 없는 천박한 교육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항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진리, 도덕, 윤리에는 관심이 없고, 물질과 지위를 얻는데 필요한 임기응변이나 상황 윤리만을 강조하는 교육이었다. 지금도 입시를 위한 치열한 학습만 있었지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남이 가니까, 오로지 취업을 위해서,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해서 교육이 있을 뿐이다. 그 결과로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은 넘쳐나지만 윤리의식이나 의식수준은 옛날에 비하여 나아지기는커녕 천박하고 약삭빠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표로는 선진경제 수준에 이르렀으면서도, 국민의식 수준은 아직도 거기에 이르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국력이 일본에 미치지 못한 것보다는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 수준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옳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의 교육은 제대로 된 노벨상 하나 받지 못하게 했다. 본질적인 교육관이 없으니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목적의식 없는 교육은 학습방법에 있어서도 이념과 개념이 없는 학습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교육’은 큰 틀에서의 인격형성 과정이고, ‘학습’이란 작은 틀의 기능을 익히는 것을 말하지만 우리는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니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르칠 수 없었다. 기능을 익히는 데에도 그 당위성, 필연성을 먼저 생각해야 그 기능이 우리 생활에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맹목적으로 당장의 실리와 효용성에만 급급하였다. 모든 학교교육은 입시에 맞추어져 있어서 시험에 나지 않는 것은 가르칠 필요조차 없었고, 시험에 나지 않는 것을 학습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하였다. 그러니 교육과정의 핵심인 본질, 개념학습은 모두 쓸 데 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하고, 오로지 답을 찾아내는 잔재주를 익히는 것에 몰두하였다.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학습부진아요, 교사는 무능교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엄청난 학습량에 시달리면서도 사회 실생활에서 문제에 부딪쳤을 때 그 해결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나아지기는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가 양산되었다. 대학을 나와 봐야 실력도 달리고, 아무 일이나 할 수 없으니 우리 사회 곳곳에 고등교육을 받은 무능력자, 부적응자,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본질 없는 교육은 눈앞의 목표만 있었지 본질적 목적의식이 없는 국민을 만들었다. 애들이 커서 ‘무엇이 될래?’에만 관심이었지 ‘어떤 사람이 될래?’는 묻지도 않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착한 사람, 성실한 사람, 봉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식을 부모는 어떻게 생각할까? 대통령, 법관, 의사, 교수, 사업가, 연예인, 프로운동 선수가 되겠다고 해야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가? 그렇게 만들 수 있어야 떳떳한 부모이고, 그것을 가능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인격을 기르는 학교와 먹고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직업훈련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신적 목표에 치우쳐 목적과 본질이 가려지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이다.

목적의식 없는 교육은 맹목적이어서 장님이 눈 먼 당나귀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 꼴이다. 아무리 국력과 재산을 기울여 고등교육을 했지만 결국에는 자식을 눈 멀게 하였고, 학교는 눈이 멀어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없으니 모든 것은 맹목적인 교육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전 01화교육이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