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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Dec 31. 2020

새해 복 만드세요.

복을 받으려면 먼저 복을 베풀자.

  해마다 이때쯤이면 늘 주고 받는 덕담이 있다.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도 어김없는 새해 인삿말인 것을 보면 좋은 말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너무 흔히 하는 말이라서 형식적인 겉치레 인사인 것 같기도 하다. 우선 ‘복’이 너무 포괄적이고 다양한 의미라서 좋을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라서 구체적으로 집히는 것이 없어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일은 ‘-받으세요’이다. 단순히 수동적이라는 것 이외에도 복을 받는 데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어 우연이나 요행을 바라는 심사가 들어있다는 생각이다. 복을 받으려면 먼저 그럴 만한 일을 해야 옳지 않을까? 그런 노력도 없이 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기를기를 기다린다면 요행을 바라는 짓이다. 그런 염치없는 사람들 때문에 그 많은 새해 덕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행복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잔망스런 생각인지 모르지만 ‘새 해 복많이 받으세요’에는 요행이나 기다리는 심보가 새 해에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복을 받을 생각만 할 게 아니라 먼저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서고금의 성현들이 같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노력도 없이 복만 먼저 받으라고 하는 것은 행운과 우연을 바라는 욕심을 부추기는 일이 아닐까? 정말 가깝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런 욕심보다는 정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성실과 정직을 빌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새해에는 성실하세요, 정직하세요'라고 한다면 덕담이 아니라 훈계나 강요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새해 복 만드세요’ ‘새해 복 베푸세요’라고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먼저 복 받을 일을 하고 복을 받는다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복 받을 일은 하지 않고 복만 공짜로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노력과 희생의 대가를 얻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요행, 행운을 좇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행운, 요행을 공짜로 바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다. 나라를 뒤흔드는 집값파동도 다 거기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다. 통계숫자로는 집은 충분한데 소수의 투기꾼 때문에 국민의 절반이 집이 없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행,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에 성실, 정직은 배겨날 수 없다. 투기와 특권이 판치는 세상에 정의, 공정은 설 자리가 없다. 덕담으로 주고 받는 ‘새해 복’이 그런 요행, 행운이라면 그것은 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우리는 혹시 새해 벽두부터 재앙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닐까?

 복 받을 선행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종교인, 신앙인일 것이다. 종교가 없거나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야  현세의 행운, 요행을 쫓아다녀도 벌 줄 신도 없다. 그러나  내세를 지향하는 신앙인들이야 당연히 복 받을 일을 해야 신도 복을 내리실 것이다. 그것이 신이 가르치고 바라는 신앙인의 도리이다. 그런데 무릎이 닳도록 오체투지를 드리고, 목이 터지도록 통성기도하는 사람은 쌓여있어도 정작 신이 바라는 선행을 실천하는 신앙인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선행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복 받을 일에만 몰두한다면 염치없는 신앙일 것이다. 그런 신앙인이라면 본인의 욕심을 위해서 이웃이나 사회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거나 남이 잘못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의로운 신이라면 자신보다는 남, 사회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은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원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신이라면 악신이거나 적어도 받들어 모실 대상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인류가 두려움에 떨고, 국민은 도탄에 빠져 있는데 오로지 자신들의 구원을 위해서 코로나를 전파하는 데 앞장선다면 자신들의 신을 모독하는 행위가 아닐까? 정의로운 신이 그렇게 가르쳤을 리가 없건만 일부 지각없는 신앙인들은 자신들의 신을 인류의 멸망을 재촉하는 악신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불교에서는 ‘복 받으세요’가 아니라 ‘복 지으세요’라고 한다는데 아마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일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입에 발린 덕담을 주고받기보다는 새해에는 ‘새해 복 만드세요, 지으세요’ 로 바꾸어 보면 세상이 좀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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