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본위의 임금이 교육과 미래를 살릴 수 있다.
민주주의 시대에 웬 '임금'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임금은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사람은 왕, 대통령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금은 그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기준이요, 바탕이다.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임금체계가 잘 못되어 있다면 그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유와 능력이 강조되는 민주주의, 자본주의일수록 '임금의 공정'은 중요하다.
임금은 생존의 수단이요, 사회적 역할과 노동의 대가요, 인간의 능력에 대한 보람이다. 생존의 수단이라는 면에서는 누구에게나 임금을 보장해 주어야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역할과 노동과 능력에 대한 대가라면 사람의 능력이 같을 수 없으므로 임금의 차등이 없을 수 없다. 공평이라는 이유로 그 차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공산주의요, 능력이라 해서 국민의 최저생활도 보장해 주지 못한다든지, 누구에게는 수백 배의 임금을 준다면 공산주의만도 못한 사회이다. 자본주의도 좋고, 민주주의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사회의 공헌도에 의해서 합리적으로 임금이 매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능력이 아니라 학벌에 의해서 임금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실정이다. 물론 학벌도 개인의 능력일 수 있지만 학벌이 능력과 일치하지 않는 일이 많아서 문제이다. 학벌에 의해서 봉급체계가 고정되어서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은 무시되는 것이다. 학력과 스펙이 좋은 사람이 능력도 더 좋을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런 것 없이도 해당분야에 실력을 갖춘 인재가 있을 가능성 또한 얼마든지 많다. 특정분야에서는 학력과 스펙이 요구될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경우에는 사회에서의 개인의 능력과 열정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금의 모든 교육대란은 교육의 책임이지만 구인난, 구직난의 사회혼란은 학벌주의에 의한 임금체계가 주범이라는 생각이다. 높은 학력으로 저임금의 공장에서 일하지 않으니 구인난이 벌어지고, 고임금의 직장은 찾을 수 없으니 구직난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인구절벽 현상이다. 근래에 이르러서야 인구절벽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여러 가지 대책이 강구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하나 같이 '언 발에 오줌누기'의 고식지계(姑息之計)에 지나지 않는다. 고식지계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관계로 ‘가까이도 멀어도 안 되는, 적당히 얼버무리는 임시방편’이다. 실업수당, 청년수당은 오히려 무능청년을 만들기 십상이고, 알량한 육아수당으로는 인구절벽을 막을 수 없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고작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지금 정부에서 내놓는 땜질 임금정책이나 출산장려 정책은 국가예산의 낭비에 가깝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인구절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럴 만한 능력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라의 장래보다는 정권유지가 목표인 그들에게 국가의 백년대계를 기대하기가 난망이다. 이참에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학벌이 아닌 능력 본위의 임금체계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학벌과 관계없이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서 임금이 주어진다면 누가 구태여 목을 매가며 대학에 가려고 하겠는가? 대학 진학률이 세계적이라고 해서 우리가 세계적인 나라가 되었는가? 그런데 그렇게 목 맨 대학이 오히려 우리 젊은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지만 정작 대학졸업자여야 하는 직업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의 학력인플레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나라의 젊은이는 대학 가기 위해서 진이 빠지지만 정작 대학 때문에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서구 선진국의 교육체제, 임금체제를 보면 쉽게 알 일을 우리는 언제까지 이 대란에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학력이 세계적인 우리나라가 잘 사는가, 대학 학력이 절반도 안 되는 서방국가가 선진국인가? 우리가 필사적으로 목매는 교육수준과 학력이란 이 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식 낳기 제일 겁나는 것이 교육비가 아니던가? 인구절벽도 알고 보면 교육대란에서 비롯된 것이고, 교육대란은 불합리한 임금체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능력과 상관없이 학벌만 있으면 최고대우가 주어지고, 학벌이 낮으면 사회적 열등 극복이 불가능하다면 우리의 미래와 사회적 모순은 해결될 수 없다.
교육이야 백년대계라서 쉽게 개선될 일이 아니겠지만 임금체계 개선이야 인식의 변화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단시일 내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학력에 따라 초봉이 정해지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능력에 따라 임금을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궁금하다. 지금의 성과급 정도로는 임금의 불합리를 메꾸기에는 어림없다. 만약 여기에 착수하는 정부가 있다면 교육대란은 물론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민족중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