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41

神仙圖

by 김성수

題畵五首 丁若鏞 정약용 1762-1836


一樽淸酒古松根◎ 한 동이 맑은술을 솔 등걸에 놓아두니

頭上颼飅爽不喧◎ 머리 위로 솔바람 소리 상쾌하네.

莫問此翁何意坐 행여 이 늙은이 앉아있는 까닭을 묻지 마소.

絶無意處此翁尊◎ 아무런 의도 없음이 곧 내 자랑이니-


一일樽준淸청酒주古고松송根근

一樽 술 한 동이. 淸酒 청주, 걸른 술. 맑은 술. 좋은 술. 古松根 오래 묵은 소나무 뿌리. 그러나 뿌리가 아니라 소나무 밑등걸이라고 해야 좋습니다. 원작의 제목을 보건대 이 시는 한 폭의 신선도에 붙인 話題詩(화제시)입니다. 이 그림은 노송을 잘라낸 밑등걸에 바둑판을 그려놓고 신선이 바둑을 두는 신선도일 것입니다. 지나가던 나무꾼이 신선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가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곳에 시인은 앉아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술 단지를 바둑판인 등걸 위가 아니라 등걸 옆에 놓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 구와는 인과관계로 맺어주어야 하므로 ‘놓아두니’라고 옮겼습니다.

화제시란 그림에 붙이는 시입니다. 한국화, 특히 문인화에는 그림에 대한 시를 곁들이기 마련입니다. 남의 그림에 시를 붙일 수도 있는데 이 시도 그런 경우일 것입니다.


頭두上상颼수飅수爽상不불喧훤

頭上 머리 위. 颼飅는 바람 부는 소리. 의태어, 그러나 신선이 바둑을 두는 낙낙장송 밑이므로 ‘솔바람 소리’라고 옮겼습니다. 爽 상쾌. 不喧 시끄럽지 않다. 그러나 이것까지 일일이 옮기는 것보다 그냥 ‘상쾌하네’라고 옮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莫막問문此차翁옹何하意의坐좌

莫問 묻지 마시오. 묻지 말라는 말을 강조해야 시의가 분명해지므로 ‘행여’라는 수식어를 덧붙였습니다. 다음 구에 ‘절대로’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해서 서로 호응을 이루어 번역시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此翁 이 늙은이, 노인. 자칭이므로 늙은이라고 옮깁니다. 何意 무슨 뜻으로. 무엇하려고. 이유. 그러나 여기에서는 ‘까닭’이라고 옮겼습니다. 까닭이란 송근에 술단지를 놓아두고 솔바람을 쐬는 전원한정이 넘치는 멋입니다. 坐 앉다.


絶절無무意의處처此차翁옹尊존

絶無 절대로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아무런’이라고 옮기는 것이 시의에 더 좋을 것입니다. 意處 뜻하는 바. 의도하는 바. 尊 존중하다. 여기에서는 존귀하게 여기다, 자랑. 이 늙은이의 자존심, 자랑. 어떠한 의도, 뜻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자랑입니다. 세상사람들이 추구하는 부귀공명- 그런 속된 욕심이 일체 없다는 것이 나의 자랑이요, 긍지라는 詩意일 것입니다.

이 시는 신선도의 화제시이지만 경치, 절경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탈속적인 인생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수완을 발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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