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에 대하여

청소 교육은 인성교육이다.

by 김성수

우리는 백의민족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다. 흰옷을 즐겨 입는 우리 민족은 그렇게 깨끗하고 순박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특별히 깨끗한 마음이나 청결한 습성을 가지고 살았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 보아서는 그럴 만한 기미를 찾지 못하겠다. 게다가 우리의 지니계수나 정부의 청렴도는 세계적으로 하위 수준이라면 백의민족이란 말이 무색하다. 혹시 마땅한 염료가 없어서 흰옷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일본인들이 근대화 이후 서구의 영향을 받아 개선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식습관이나 음식, 거리를 보면 더 위생적이고, 청결하다. 일본인들이 체질적으로 질병에 약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면 우리는 체질이 강해서 청결, 청렴하지 못하다는 말인가? 그리고 중국인들이 화려한 색상의 옷을 즐겨 입는 것은 그들의 탐욕, 권모술수, 다중적 성격이어서 그런가? 어쨌든 지금 우리의 모습으로는 백의민족의 긍지를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요즈음 거리를 지나다 보면 아무래도 우리가 특별히 청결한 민족이라는 자신이 서지 않는다. 한때 우리의 거리나 공공장소가 매우 깨끗하다는 자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청결은커녕 매우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얼핏 우리의 문화수준이 후퇴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우리의 거리와 공공장소는 매우 깨끗했었다. 정부의 인위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전에는 학교에서 청소와 청결을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쳤었다. 인성, 예절, 정직, 공중도덕, 협동, 봉사, 희생, 애국애족 등을 열심히 가르쳤고, 집에서 청소를 하지 않는 아이들도 학교에서는 억지로라도 청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 자연히 예절 바르고, 공공도덕을 준수하며, 집안은 물론 거리나 공공장소가 청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 학교에서 학생들이 청소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위생적으로는 물론이고, 교육적으로도 청소를 시켜야 옳지만 집에서 청소를 해보지 않은 애들이 학교에서 청소를 할 리 없고, 설령 학교에서 강제로 청소를 시키려 해도 학부모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애들이 사회에 나와서 청소, 청결을 소중히 생각할 리 없다. 청소는 고사하고 휴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마구 버리는 일이 흔하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그런 행동에 대해서 전혀 죄의식이나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 그런 애들이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울 생각을 할 리가 없다. 이런 현상이 어디 청소, 청결뿐일까? 이런 습성은 필경 인성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사가 그렇지만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치관의 혼란, 윤리도덕의 문란, 양심의 부재, 사회 교육의 위기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청소를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인성도 좋을 리 없다는 말이 호들갑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은 논리적 오류일지 몰라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헛된 말은 아닐 것이다. 청소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공중도덕은 잘 지킬지, 남을 배려할 수 있을지, 정직할 수 있을지, 더구나 봉사와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다.


지금처럼 청소를 하찮게 보거나 그 시간에 공부에나 열중하고, 그것을 구시대의 유물로 단정하고, 어린이에게 청소를 시키는 것은 아동학대나 인권유린이라고 생각하여 용역업체에 맡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생각보다 위험한 발상이다. 청소는 ‘인성의 표지판’이라고 한다면 쉽게 곧이듣지 않겠지만 내 경험으로 말하면 청소를 잘하는 학생은 성실한 사람, 뒤끝이 깨끗한 인간이라고 판단해도 대개 틀림이 없었다. 청소교육을 하지 않는 학교가 인성교육은 잘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집에서도 시키지 않는 청소를 왜 학교에서 시키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모는 집에서 자식을 사람답게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공부만 잘해서 일류대학을 나오고 출세를 시키면 그것이 자식을 위하는 길이고, 자신도 행복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고 청소가 능사라는 말이 아니라 적어도 청소 잘하는 사람이 불행한 가정과 사회는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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