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밤새워 '대ㅡ한민국'을 외칠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대ㅡ한민국을 합창하면서 응원할 시간이 길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생뚱맞은 소리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뒷맛이 좀 개운찮다. 우리는 스스로 大韓民國이라고 즐겨 부르지만 아무래도 실제의 우리나라와 썩 어울리는 이름은 아닌 것 같아서이다. 영국이 자칭 대영제국(大英帝國)이란 이름도 용납하기 어려웠는데, 우리는 그와 같은 역사도 갖지 못하였고, 더구나 지금은 한반도마저 남북으로 갈라져 옹색한 형편에 ‘大’자를 붙이기에 좀 쑥스럽다. 구멍가게 간판이 ‘미니슈퍼’인 것처럼- 70년 넘게 민족의 긍지로 삼아왔던 신성한 국호를 가지고 불경스럽게 시비를 하느냐고 하겠지만 자신을 냉철히 돌아보는 자세야말로 또 다른 나라사랑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랑도 좋지만 진지한 반성이 없다면 발전이 없는 법이다. 일의 맥락과 경중도 모르고, 반성은커녕 사과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횡행하는 세상이라면 현명한 국민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것이다.
우선 ‘大韓’이 어떤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 합당한 근거를 대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유래로는 대한제국(大韓帝國)이겠는데 그것은 멸망 직전 망국의 열등의식에서 붙여진 다분히 허풍스러운 이름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그런 대한제국을 계승했다면 결코 영광스럽거나 자랑스러운 이름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망국의 허장성세한 봉건왕조를 이어받은 이름이라면 그 이름에서 무슨 역사적 긍지를 가질 수 있겠는가?
광대한 영토를 거느리고 있는 중국도 그냥 중국이라고 자칭하고, 우리보다 몇 배 크기의 일본도 두 글자 국호로 만족한다. 그런데 우리는 유난스럽게 두 글자를 더해서 大韓民國이라 하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혹시 구한말과 같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해서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뜻을 알고서야 누가 우리 이름을 순순히 수긍하겠는가? 누가 '대한민국'을 ‘The Great Korea’라고 번역할까? 오히려 우리의 허풍스러움에 실소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름을 잘 지어 보자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실체와 맞지 않게 큰 이름은 성명철학에서도 피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국호를 바꿀 수 없는 일이고 보면 중국이나 일본처럼 알기 쉽게 ‘한국’으로 만족한다면 과대포장만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멀어지는 통일이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새로운 국호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이런 생각이 전혀 쓸데없는 망발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다. 이름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체를 이루어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비록 지금은 작은 분단국이지만 참으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이루어나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따른다면 그 이름을 구태여 탓할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선진국임을 인정받았고, 굴지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다만 요즈음 우리나라의 형편을 보면 大韓民國은커녕 5년 내에 ‘小韓檢國’을 면치 못할 것 같아서 안타깝다. 손뼉을 맞추어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오로지 월드컵에만 열광하지 말고, 매사에 진정한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데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치졸한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남북(南北), 좌우(左右), 보혁(保革), 동서(東西), 노사(勞使), 빈부(貧富), 세대(世代), 진영(陣營)논리를 뛰어넘어 국민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비로소 진정한 大韓民國의 실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능하고, 정쟁만 벌이는 정치인을 탓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럴수록 국민이 자각해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엄중한 현실을 ‘대ㅡ한민국, 우ㅡ리라도 잘하자’를 손뼉치면서 다짐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