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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Dec 22. 2023

인구절벽이 진화라고?

인구절벽의 본질을  제대로 알자

  우리의 인국절벽에 대해서 우리는 물론 외국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은 끝났다’라고 하더니 ‘한국은 망했다’라고 탄식한 미국의 학자도 있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들어부었지만 개선되기는커녕 그 심각성은 점점 더하고 있어 가공할 국가적인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매우 반가운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인터넷뉴스에서 어제야 알았다. 우리 인구절벽 현상은 인류진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리 염려할 것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머리가 좋은 한국인이라 그 진화현상이 먼저 실현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인구는 늘어날 것이라는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인구위기론이 선진 진화론으로 승화된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위기의식이나 외국의 우려가 어리석은 기우에 불과하지 않은가? 더구나 그 주장을 한 분은 명망 높고 권위 있는 석학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생태환경론자의 선구자였고,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수필가로 그 글이 교과서에도 실렸었다. 그러니 그 주장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주장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서 오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작은 일이 아니겠다 싶다. 정말 인구절벽이 위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연적인 진화로 받아들여도 좋은가? 그렇기로 말하면 이보다 더 다행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러한 낙관론에 동의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주장이 맞다면 그런 진화는 기존의 선진국에서 먼저 일어났어야 옳다. 그러나 어떤 선진국도 우리 같은 절벽을 맞은 나라는 없다. 프랑스에서 그럴 만한 현상이 있었지만 국가의 재난으로 인식하고 수십 년에 거친 각고의 노력 끝에 겨우 인구위기를 극복했다고 칭찬받고 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진화라면 그랬을 리가 없다.  당연히 다른 유럽의 선진국들도 우리보다 출산율이 낮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이 망했다고 탄식한 미국의 학자들은 모두 혐한론자들인가? 


  혹은 이와 같은 의문에 대해서 비관적이고, 자학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우리도 이제는 선진국으로서 자신감을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아직 우리는 인류적 진화를 먼저 구현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는 좋으나 지나치면 오히려 정체성을 잃고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가까이는 문대통력이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정권을 잃었고, 윤대통령의 검찰나르시즘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선진국의 기준이 우리 생각처럼 경제력에만 있지 않다. 국민의 소득도 중요하지만 민주시민의식이 더 중요한 요건이다. 일본이 선진국인 것은 경제력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을 갖추었는데도 ‘경제동물’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일본인들의 낮은 민도를 비꼰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문화란 대개 서구 선진국을 흉내낸 정도이다. 그래서 아직도 미국은 일본의 낮은 문화수준을 깔보고 있고, 그런 일본인들은 다시 우리의 낮은 민도를 비웃고 있다. 이 말이 곧이들리지 않으면 우리가 중국인들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량과 시민의식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해방 이후에야 우리는 처음 민주주의라는 말을 들었고, 30년 가까이 군사독재에 시달리다가, 인정할 만한 민주주의 사회를 갖춘 지는 30년도 모자라고, 지금도 독재자를 용납하고 있으니 시민의식으로 말하면 아직 서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과도한 자학일까? 일본이라면 치를 떨던 때가 언제인데 일본관광에 열을 올린 사람들이니까 일본인들의 의식수준을 겉으로나마 보았을 것이다. 친일정부, 뉴라이트들이 아무리 일본에 저자세를 취해도 우리를 보는 그들의 시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들의 우월의식은 커갈 것이며 우리를 잃어버린 식민지로 기억할 것이다. 휴머니스트요, 명망 높은 석학의 주장이니 기꺼이 믿고 싶지만 혹시라도 우리의 경제적 성과에 자만했거나 일시적으로 관종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면 크게 실망스러운 일이다. 혹은 인류팽창에 따른 위기해소에 동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지도 모르지만 국가와 민족을 팔아서 인류에 기여하고 싶은 국민이 얼마나 될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인구위기는 이미 닥쳐온 현실임을 도처에서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절벽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돈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은 시대가 증명했고, 정책입안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회제도의 개선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것은 머지않아 입증이 될 것이다. 돈이나 제도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국 끝까지 남는 문제는 젊은이들의 삐뚤어진 윤리의식이다. 결혼을 거부하고, 아이를 갖지 않는 풍조는 자연스러운 진화현상이 아니라 개인주의, 이기주의, 물신주의, 쾌락주의에 빠진 반사회적인 도덕적 해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전통적인 윤리관을 일시에 버리고, 졸지에 서구의 물질문명을 맹종했다. 전통적 윤리의식은 상실하고, 민주시민의식은 정착되지 못한 채 물질적 가치만을 추구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이래도 우리는 선진국이라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까? 이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개선 없이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인구절벽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이민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어렵더라도 통일과 윤리회복이 우리가 살 길이다. 도덕적 해이와 인구절벽은 진화가 아니라 민족과 인류의 퇴화와 소멸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이 신의 섭리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섣부른 자신감과 낙관론은 도움은커녕 해악으로 작용할 것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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