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비극

코끼리는 상아 때문에 죽는데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김성수


우리를 북핵의 위협에서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THAAD는 북한의 핵에 대한 압박책도, 방어책도 될 수 없다. THAAD가 무서워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없고, 그것으로 북의 핵공격을 온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그러니 주변국과 국민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서둘러 THAAD를 배치를 결정한 박 정권에 대해서 국민은 엄중하게 책임음 물어야 하고, 그들은 그것만으로도 국민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다. 그것은 중국의 적대적 보복이나 북한의 ICBM이나 핵무기를 허용할 당위성만을 제공할 뿐이었다. 防不勝防방불승방은 아무리 잘 지켜도 오는 도둑 다 막을 수는 없다는 말이다. 만약에 THAAD로 북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만 있다면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정된 요격미사일로 불특정지에서 쏘아대는 적의 이동미사일, 잠수함미사일을 어떻게 다 막아낼 수 있겠는가? 단 한 발만 놓쳐도 우리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THAAD는 그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핵공격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핵공격을 불러들이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중국은 성주 기지를 정밀타격을 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그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으니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작 북한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구태여 ICBM을 쏠 필요가 없다. 방사포, 장사정포, 단거리로켓, 생화학무기로 서울을 쉽게 공격할 수 있는데 하필 ICBM을 쏠까? 그러므로 THAAD는 처음부터 북한의 핵위협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THAAD가 북핵을 막을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를 지켜 주는 무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위험하게 하는 화약고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를 끌어들인 셈이다. 북한의 ICBM은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것인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우리는 거기에 목을 매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하는 짓이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짓은 북한에게 조소와 즐거움을 줄 뿐이다. 요즈음은 일본이나 미국마저도 북의 미사일 위협에 의연한데 우리가 안달이니 주객이 뒤바뀐 꼴이다. 무책임한 말이라고 하겠지만 북한이 날뛸수록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했듯이 북한이 미사일 놀음을 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서 오는 위협이지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정말 두려운 위협은 전쟁이 아니라 그들의 분단고수와 떼거지 행패이다. 사실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핵보다 얼빠진 정치인들이요, 저질의 언론이요, 색깔론과 지역감정이요, 그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분별없는 국민이니 이를 더 경계하고 무서워해야 한다.


近火先焦근화선초는 불 가까이가 먼저 화재를 입는다는 말이다. 꿀벌에 말벌이 모여들 듯이 THAAD는 더 큰 核을 부르게 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박 정권은 미국과 담합하여 몰래 THAAD를 도입했고,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데도 THAAD만이 북핵을 저지할 수 있고,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고 국민들을 속였다. 이런 형편에 일부 청개구리들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고, 한술 더 떠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고 설쳐대니 북한의 너 죽고 나 죽자는 끝장전술과 다를 바 없다.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메이저 武器商무기상의 농간에 놀아나는 우리 정책입안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무기상들이 흘리는 떡고물이나 챙기면서 하는 짓이란 정부가 어렵사리 펼치는 평화국방 외교에 어깃장을 놓은 일이다. 무기상들이야말로 세계평화를 원치 않는 전쟁위기 조성자들이다. 전쟁이 없어진다면 그들한테는 평화가 아니라 재앙이다. 세계 최대의 무기 수출국이 누구며,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제분쟁에 누가 끼어 있는가를 보면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위기도 그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도 그것을 막지 못하는 것은 무기상들의 농간이다. 자국에서도 그런 형편이니 외국에서야 말 할 것도 없는 일이다. 최근에 미국은 소련과의 INF협정을 파기한 것도 평화를 원치 않는 무기상들의 농간이 틀림없다. 트럼프가 막말을 해대는 노름꾼 같지만 자칭 천재이다. 미국은 이 어이없는 천재 때문에 과거의 위엄과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당장 적잖은 이익을 챙기겠지만 결국은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자신의 존엄을 팽개친 채 눈앞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미국은 세계로부터 신의를 잃을 것이며, 그 자신이 적이 될 것이고,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 전에 오로지 미국에 목을 매고 있는 우리가 먼저 죽을 지경이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김정은을 치켜세우고 있다. 고도의 전술일 수도 있지만 트럼프한테는 김정은이야말로 하는 짓이 귀엽고, 기특한 녀석(Guy)이다. 이 망나니가 막말을 해대고 미사일 한 발 쏠 때마다 미국은 우리와 일본에게서 무기판매와 방위비 인상으로 막대한 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주는 김정은이 넘고 돈은 트럼프가 챙기는 꼴이다. 동북아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는 북핵이 결코 싫지 않은 이유이다.

트럼프의 칭찬은 곧 저주이다. 어르고 뺨치는 것이 그의 상투적인 수법이니 칭찬을 듣다가 언제 뺨을 내 놓아야 할지 모른다. 김정은만 아니라 문대통령도 여러 번 그의 칭찬을 받았고, 심지어 우리나라를 부자나라라고 치켜세우고 있으니 숫제 빨대를 물고 돈 뜯으려고 대들 판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다루는 오래 된 수법이이다. 우리를 지켜준다는 미국의 전략무기들은 우리에게 병인가, 약인가? 이런 소리를 하면 그동안 약도 주었던 미국은 배은망덕하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설령 약이더라도 병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런데 트럼프가 하는 짓을 보면 약도 없이 병만 주고 있다. 指鷄罵狗(지계매구)라는 말이 있다. 주인이 마당에 있는 닭을 가리키고 대문간에 있는 개를 욕한다면 닭과 개로서는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나를 욕하는 거야, 쟤가 나쁘다는 거야? 트럼프가 하는 현란한 말솜씨를 보면 이와 같아서 도대체 저 친구가 우리 편인지, 북한 편인지, 일본 편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편도 아니고, 오로지 미국편이라는 것이다. 그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다 한다고 스스로가 호언하는데도 그것이 약인지, 병인지 분별을 못한다면 팔푼이고, 그래도 미국이니 우리 편이겠지라고 생각하면 반푼이고, 죽으나 사나 성조기를 휘두르며 미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믿으면 숫제 바보이다.


懷璧其罪회벽기죄라는 말이 있다. 몸에 보물을 지니고 있으면 목숨이 위험하다. 분수에 맞지 않게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법이다. 남들이 그 보물을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낯모르는 사람의 짐을 대신 맡았다가 마약밀수범으로 몰리는 일도 있다. 더구나 그것이 자기를 파멸시키는 마약인지도 모르고 불로장생약으로 알았다면 바보일 수밖에 없다. THAAD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치고, 핵무기 배치도 모자라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기꾼도 있고, 물색모르고 거기에 동조하는 팔푼이도 있다. 도둑이 총을 들고 있으면 나도 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무기들이 우리를 지켜주는 보약이겠는가, 마약이겠는가, 적의 미사일을 끌어들이는 표적이겠는가? 그래도 판단이 쉽지 않다면 북한을 생각해 보자. 북한은 지금 보약을 만들고 있는가, 자살폭탄을 안고 있는가? 우리도 그 깡패들을 따라 해야 마음이 편할까?

나라를 지키려면 당연히 우수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무기가 우리의 것이 아니고, 우리가 운용할 수 없는 것이라면 보약이 아니다. 아무리 THAAD, 핵무기를 비롯한 첨단의 미국 전략자산이 있더라도 우리가 운용할 수 없다면 마약이다. 미국이 이를 운용하지 않거나 미군이 철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것을 우리 땅에서 철수한다면 차라리 없더니만 못하다. 만약 상대가 일본이 된다면 그것은 마약만한 힘도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이 우리편을 들 리가 없기 때문이다. 북의 핵은 자살폭탄일지언정 그들의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마약은 아니다. 그러나 막대한 방위분담금을 물어가며 우리를 지켜 준다고 믿었던 그 전술무기들이 오히려 적의 공격목표가 된다면 그것은 마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값비싼 자멸의 폭탄이다.

지금 미국은 이 땅에 다시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 같다. 이건 THAAD보다 더 가공할 위협이다. 미국은 우리에게는 엄청난 위험을 떠안기면서도 그것을 빌미삼아 방위분담금을 대폭 올리려고 할 것이니 병 주고, 또 병을 주는 꼴이다. 하기야 트럼프가 주는 병이 어디 그것뿐인가? 우리는 미국 무기수입국 3위라고 한다. 벌써 중국에서는 우리에게 미국에게 미사일 기지를 빌려주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으니 또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보배인가, 마약인가, 폭탄인가? 우리나라가 미국의 화약고인가, 총알받이인가? 미사일 전진기지인가? 현 정부에서 이를 막지 못한다면 박정권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폭탄돌리기 게임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았어도 폭탄 안고 죽자는 바보는 없어야 하건만 하는 일들을 보면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상어는 멋있는 지느러미 때문에 제 명에 죽지 못하고, 곰은 쓸개와 발바닥 때문에 죽게 되고, 코끼리는 위엄있는 상아 때문에 죽는다. 코끼리는 거대한 이빨로 자신을 지켜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코끼리를 지켜 주는 것은 화려한 이빨이 아니라 못생긴 코와 거대한 발이다. 코끼리의 이빨은 사람에게는 값비싼 상아로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의 목숨을 재촉하는 화근이다. 만약 상아가 없었다면 맛도 없는 코끼리를 누가 쫓아다니며 사냥하겠는가? 코끼리는 마음 놓고 초원의 왕자로 군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죽음을 부르는 THAAD라는 상아를 입에 물고 있는 꼴이 아닐까? 그것도 부족하여 핵무기를 들여오자, 핵무기를 개발하자라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상아로는 부족하여 자살폭탄까지 물고 있자는 말이 아닌가?


‘코끼리는 상아이빨 때문에 죽는다’라는 말을 象齒焚身상치분신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무슨 분신이겠는가?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사람은 바보이고, 아는 사람은 고달프다. ‘명장(名將) 밑에 약졸(弱卒) 없고, 약졸 위에 명장 없다’는 말이 있다. 국민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선택하고, 지도자는 국민의 수준에 맞추어서 다스리게 되어있다. 지도자가 유능하면 국민도 그렇게 되고, 국민이 똑똑하면 지도자도 똑똑해진다는 말이다. 어차피 명장이 없다면 국민이라도 먼저 강졸(强卒)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눈앞의 이해에 눈이 가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고, 정객에 속고, 언론에 속고, 색깔론 지역감정에 속으면 어떻게 강졸이 될 수 있을까? 광화문 바보가 태극기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 태극기의 절반은 빨갱이잖아!'


속상한 얘기 대신에 기분전환으로 시 한 수.


어린 아들 시켜 옷을 보내며

정몽주


한 번 떠난 후 일자소식 없으니 一別年多消息稀

당신의 생사를 내 알 리 없지만 塞垣存沒有雖知

이제야 겨울 옷 지어 보내옵니다. 今朝始寄寒衣去

(이 애가) 당신을 울며 보낼 때 젖 먹던 아이라오. 泣送歸時在腥兒


원래 제목은 征婦怨, 남편을 군에 보낸 아내의 한을 읊은 시입니다. 요즈음 같이 합리적인 병역이 아니라 한 번 가면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었고, 통신수단이 없으니 죽었어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겨울에 추울 것이니 솜옷을 지어 아들을 시켜 보내는 아내의 기막힌 사랑을 적은 시입니다. 그 아들은 남편이 떠날 때 젖먹이었다는 말이 더 그 한을 깊게 합니다. 아름다운 시라고는 할 수 없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깊이는 없어도 알기 쉽고, 교묘한 시어만 좋아하는 요즈음의 시와는 주는 감동이 다릅니다. 감동만 다른 것이 아니라 달라진 가치관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무거운 가치를 가지면서도 감동을 줄 수 없는 글들을 탓해야 하겠지요? 그러니 원작과 내용이 같지 않다고 탓하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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