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상사병
蝶戀花
柳永 987-1053
竚依危樓風細細
높은 누각에서 서성이니 바람은 살랑살랑
望極春愁
멀리 바라보니 봄 시름이
暗暗生天際◉
하늘 저쪽에서 피어오른다.
草色煙光殘照裏
안개 속으로 풀빛도 노을에 지는데
無言誰會憑闌意◉
말없이 난간에 기댄 마음 누가 알리오?
擬把疏狂圖一醉
미치광이처럼 취해보고 싶지만
對酒當歌
술 마시고 노래한들
强樂還無味◉
억지 풍류는 무슨 재미-
衣帶漸寬終不悔
허리띠 날로 헐거워져도 후회없으니
爲伊消得人憔◉悴
그대 때문이라면 더 여위어도 좋으리.
竚 서성이다. 依危樓 높은 누각에 의지하다. 風細細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다.
望極 멀리 바라보다. 春愁 시인의 봄 시름.
暗暗 아스라이, 보일 듯말 듯. 生天際 하늘끝 멀리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근심이 일어나다.
草色 풀빛. 煙光 아지랑이, 노을, 안개. 殘 나머지, 저녁놀. 사실은 연광이 아니라 殘光이라고 해야 옳지만 한시의 聲律을 맞추기 위해서 자리를 바꾸었다. 照裏 비추는 곳. '노을이 풀잎을 비추지만 풀빛에 노을이 진다'라고 옮겨보았다.
無言 말없이. 誰 누구? 누가? 會 할 수 있다. 憑 의지하다. 闌意 난간에 기댄 뜻. 떠난 님을 그리워하는 봄의 근심을 누가 알아주리요?
擬 닮다. 모의하다, 흉내내다. 把 -을. 疏狂圖 주정뱅이, 비치광이를 그린 그림. 一醉 한번 취하다.
對酒 술을 마주하다. 當歌 마땅히, 응당 노래하다. 이 시의 시적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분명치 않다. 만약에 여성이라면 이처럼 술 마시고 노래하는 여자란 기녀일 가능성이 크다. 송사에 등장하는 여인은 기녀인 경우가 많다.
强 억지로, 樂 즐거움, 음악. 還 역시 無味 맛이 없다. 억지로 즐기려하지만 그대 없으니 아무리 좋은 음악도 즐거울 수 없다.
衣帶 옷과 허리띠. 漸 차츰, 점점. 寬 넓다. 옷과 허리띠가 넓어진다는 그대 생각에 살이 빠져 허리띠가 헐렁해지다. 지금이야 허리가 가늘어지면 좋은 일이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리움의 강도를 말하고 있다. 終不悔 그대를 사랑한 것을 끝내 후회하지 않는다.
爲伊 너를 위하여. 消得 기꺼이 할 수 있다. 憔悴 마르고 초라하다. 그대를 사랑해서 살이 빠지고 마르는 것은 조금도 두려울 바 아니다. 사랑을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도 감내할 수 있다.